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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상담사 직고용해야 고객 보험료 한 푼이라도 줄어”

박순엽 기자I 2021.06.24 16:16:37

노동단체 등, 24일 ‘상담사 직접고용’ 토론회 개최
“용역업체 실적 위주 평가에 2분30초 내 상담 끝”
“개인정보 다루는 업무…체계적 관리위해 직영화”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루고 있고, 공단 업무와 밀접하게 연계된 일을 하고 있어 공단이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건보공단과 고객센터 상담사 노동조합은 직접고용 문제를 두고 갈등을 거듭해오다가 최근 관련 논의를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조합원들이 고객센터 직영화를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와 고객센터 직영화·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건보공단이 상담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상담사들을 외주화하는 건 상담서비스 질 저하와 국민 불편을 불러올 뿐 아니라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건보공단의 고객센터는 전국 7개로,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1개 협력업체를 통해 총 1600여명의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민간 위탁업체의 정규직 직원이다. 그러나 건보공단 상담사 노조는 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고객센터 업무가 공적 성격이어서 민간 위탁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날 공 실장은 고객센터 외주화가 공단의 공공성과 업무의 효율성을 모두 해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센터로 외주화된 업무와 공단 업무는 밀접한 연계성이 있지만, 고용이 분리돼 있어 공단은 고객센터 상담사들을 직접 통제·관리할 수 없다”며 “공단은 결국 수량적·실적 중심으로 용역업체를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공공성이 침해된다”고 설명했다.

즉, 고객 한 명당 상담 시간이 길어지면 실적이 감소하기 때문에 상세한 상담이 불가능해지고, 이러한 구조는 상담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선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이런 실적이나 경쟁 위주의 구조에선 고객과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조은 고객센터노조 대전지회장은 “서류 한 장 더 설명하면 고객 보험료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지만, 2분 30초 내에 상담을 끝내야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상담사들은 고객이 요청한 질문 외에는 답변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면서 “고객은 충분한 상담을 받지 못한 채 전화를 끊어야 하고,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해 두 번, 세 번 질문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현재 외주화된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공단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업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법 개정 등에도 빠르게 대응해야 하지만, 민간 용역업체는 전문성 없이 노무와 실적 관리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체계적인 교육 상담이나 직무훈련 시스템이 없어 상담사 스스로 공부하고 숙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 실장은 “상담 노하우는 업체가 아닌 상담사 개인이 소유하고 있고, 상담사들이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는 데 업체 역할은 없다”면서 “일부 소수 용역업체가 번갈아 고객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역업체에 주는 비용을 상담사 처우 개선에 활용하면 숙련된 상담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제3차 사무논의협의회가 열리는 여의도 한 호텔 앞에 주차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의 시위트럭에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 반대 메시지가 적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를 외주화하는 건 위험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고객센터는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하고 방대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며 “고객센터를 외부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게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 측면에서 효과적인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오 대표는 이어 “고객센터 업무는 공단의 핵심적 업무와 직결돼있는데다가 외부 민간업체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외주화 명분이 전혀 없다”며 “건보공단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고객센터를 직영화하고 보다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지난 10일 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공단 일부에선 형평성 등을 이유로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직접 고용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노조 사이의 갈등을 막겠다면서 공단 건물 로비에서 사흘간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공단 노·사는 지난 18일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직접고용을 논의할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를 다시 열고 논의를 시작했고, 고객센터 노조는 21일 파업을 끝내고 현장에 복귀했다. 다만, 노조 측은 공단이 해당 논의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면 다시 파업을 벌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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