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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끌며 프로필 돌리던 배다빈, 이젠 주연 배우[인터뷰]①

김현식 기자I 2022.10.11 16:00:00

'현재는 아름다워' 현미래 役
첫 드라마 주연 도전 마쳐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배우 배다빈이 큰 산을 넘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을 맡아 대중의 뇌리에 이름과 얼굴을 또렷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 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가 배다빈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던 무대다. 배다빈은 여자 주인공 현미래 역을 맡아 5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긴 호흡의 극을 이끌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장했다.

“배운 것도, 얻은 것도 많아요.”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배다빈의 말이다. 극중 단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던 숏컷 헤어스타일로 등장해 시선을 끈 배다빈은 “작품과 캐릭터를 후련히 떠나보내기 위해 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인데 심경변화가 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이어 “데뷔 후 가장 긴 호흡으로 촬영한 작품이라 심적으로 떠나보내기 쉽지 않아 외적으로라도 떠나보낼 수 있게 스타일을 바꾼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 임하며 많이 배우고 얻은 작품을 떠나보내게 돼 시원섭섭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캐스팅 확정 후 감사한 마음과 부담감이 동시에 들었어요. ‘내가 주인공을 맡아 작품을 끌어갈 힘이 있는 배우인가’ 하고 자신에게 되물어보기도 했죠. 고민을 많이 하며 임했던 작품이기에 완전히 개운치는 않고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요. 작품과 캐릭터를 너무 사랑했기에 서운한 마음도 들고요. 앞으로 천천히 ‘현아’(현재는 아름다워)와 미래를 잘 떠나보내 봐야죠. (미소).”

(사진=방인권 기자)
극중 현미래는 백화점 VIP 고객들의 스타일링을 도와주는 퍼스널 쇼퍼라는 설정의 캐릭터였다. 배다빈은 “옷을 사랑해서 퍼스널 쇼퍼의 길을 택한 인물인 만큼 감정 변화에 맞춰 의상을 택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옷을 소중히 다루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의 겉모습을 디테일하게 살리기 위해 일부러 손톱을 칠하지 않고 반지도 뺐다. 또 활동적인 직업에 맞춰 되도록 편안해 보이는 신발을 착용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현미래는 혼인 취소 소송 중인 캐릭터이기도 했다. 고객의 소개로 만난 예비 신랑과 혼인 신고를 한 뒤 그에게 사실혼 관계인 여자와 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소송에 나서게 된 것이다. 소송을 위해 찾아간 법무법인에서 변호사가 바로 상대역인 이현재(윤시윤)다.

배다빈은 “혼인 취소 소송이라는 게 낯설었는데 그런 워딩에 집중하기보단 미래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집중하려고 했다”면서 “미래가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미숙해서 첫 남편을 만나게 됐는지, 또 현재를 만나 어떻게 성장해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배다빈은 주어진 설정과 대본뿐 아니라 시청자 반응도 유심히 살피며 작품에 임했다. 연기력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이자 유연함을 갖춘 배우라는 점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전까지 ‘악플’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늘 응원을 받는 편이었죠. 그런데 이번엔 저의 부족한 점을 짚어주신 분들이 많았고, 그런 반응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보완해가려고 노력했어요. 시간과 애정이 있기에 의견을 남겨주시는 거잖아요. 긴 호흡의 드라마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며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수정하면서 캐릭터를 더 입체감 있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첫 주연작의 무게감과 일각의 날카로운 시선 속 커지는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은 ‘현재는 아름다워’ 극본을 쓴 하명희 작가였단다. 배다빈은 “‘사랑의 온도’, ‘청춘기록’ 등 담백하고 진솔한 작품을 쓴 작가님이라 예전부터 팬이었다”며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마음이 힘들어지고 부담감이 커질 때쯤 전화를 주셔서 저를 잘 헤아려주셨고 ‘즐겁게 연기해줬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을 건네주셔서 감동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아쉽고 그립다.’ ‘덕분에 따듯함을 느꼈다.’ ‘가족 생각이 많이 난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작품을 무사히 끝마친 배다빈을 흐뭇하게 한 시청자 반응이다. 배다빈은 “저 역시 같은 마음”이라며 “‘현재는 아름다워’가 따듯한 드라마로 많은 분의 기억에 오래 남았으면 하고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연말에 열릴 ‘KBS 연기대상’에서의 수상을 기대하고 있냐는 물음에는 “아직 지상파 연기대상에 참석해본 적이 없다”며 “지상파 드라마 데뷔 4년여 만에 연말 시상식에, 그것도 한 작품의 주인공으로 참석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현재는 아름다워’ 팀을 다시 만나는 그림도 기대 된다”고 답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사진=방인권 기자)
배다빈은 초등학교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가 성인이 된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연예계에 뛰어들었다.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가 배우의 길로 들어선 케이스다. “몸으로 부딪혀가며 성장해왔어요. 신인 땐 혼자 캐리어 끌고 택시 타고 다니면서 프로필 사진도 직접 돌리고 다녔고요. 광고 감독님이 그런 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콘티를 짠 적도 있어요.”

어느덧 한 작품의 주연을 맡은 뒤 종영 인터뷰를 하는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이젠 곳곳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단다. 배다빈은 “‘미래’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다.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는 경험을 하게 돼 신기하다. 숏컷도 잘 어울린다고 해주신 어머님 시청자분도 계셨다”며 흐뭇해했다.

배다빈은 이미 차기작을 확정했다. ‘현재는 아름다워’ 종영 이후 드라마 ‘한강’ 출연 확정 사실을 알렸다. 배다빈은 인터뷰 말미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자’는 신념을 지닌 채 지금까지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갈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향후 활동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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