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오버슈팅의 반작용…의심받는 내년 1월 연속 금리인상

최정희 기자I 2021.11.15 17:47:20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1.75% 수준으로 올라
단기물 영향 받는 대출금리…지표금리 계속 상승
연구기관·학계서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 제기
내년 1월 추가 인상 열어둘지, 후퇴할지가 관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던 목소리가 수그러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월에 한 번 밖에 올리지 않았음에도 대출 규제에 맞물려 가계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 1.75%였던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올랐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다 내년 1월까지 연속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국고채 금리가 한은의 기대치를 넘어 가파르게 올랐다.

단기간에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영향인지 연구기관, 학계 등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속도조절론이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속 금리 인상 의지를 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 하에 지난달 12일 서울 삼성본관 한은 본회의장에서 금통위 정기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출처: 한국은행)
◇ 가계 대출금리, 기준금리 1.75% 당시로 올라


한은에 따르면 9월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3.18%, 신용대출 금리는 4.15%로 둘 다 2019년 6월(3.25%, 4.23%)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10월, 11월엔 추가적으로 올라 2019년 상단(3.58%, 4.63%)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 역시 3.01%로 2019년 2월(3.04%)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18년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올리고 이 금리를 2019년 6월까지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가계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연 1.75%였던 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연 0.75%로 인상한 데 이어 이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내년 1월 연속 인상 가능성까지 예고하자 시장이 이를 선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달, 내년 1월 추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그 수준은 연 1.25%에 불과하나 현재의 대출 금리는 이 수준을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가 은행 문턱을 높여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7월 15조3000억원 증가에서 8월 8조6000억원, 9월 7조8000억원, 10월 6조1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9월 계약일 기준 8만2000호로 연중 최저치로 감소했고 코스피 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 거래비중도 8월엔 70%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달 들어선 60% 밑으로 줄었다.

*11월은 1~12일까지의 평균치 (출처: 금융투자협회)
◇ ‘오버슈팅’된 금리의 반작용…무게 실리는 속도조절론


문제는 한은이 예고했던 기준금리 수준보다 대출금리가 단기간에 빠르게 튀어 오르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여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금통위원이자 학계 인사들은 한국경제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선진국보다 금리를 빠르게 올릴 필요가 없었던 데다 이달 금리를 올리고 나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명분이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은이 8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때만 해도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최근에 여론이 이렇게 바뀐 것은 대출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는 데도 이를 미세 조정하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는 91일물 CD금리·은행채 3개월물·1년물·5년물 등인데 이들은 주로 국고채 금리에 영향을 받아 움직인다. 그런데 국고채 3년물·10년물 금리 등이 지난달 말 각각 2.1%, 2.5%로 기준금리가 1.75%였던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우리나라 대출 금리는 단기물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달 들어 국고채 금리가 하향 안정됐음에도 대출 지표금리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1일물 CD금리는 1.15%까지 올랐고 은행채 3개월물도 1.180%으로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코픽스 금리도 10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1.29%를 기록했다.

정책 당국이 정책방향을 바꿀 때에는 정책 수용자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끔 적응기간을 두고 가야 하는데 과도하게 금리가 오르고 있음에도 한은에선 이를 미세 조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국고채 금리는 한은의 의도보다 더 과도하게 올랐고 그로 인해 대출금리도 단기간에 더 빠르게 오르면서 이자 부담을 키웠다.

그러니 반대급부의 여론이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달 금리 인상을 하고 내년 1월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활황인가, 실수요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데 가계대출 증가를 더 옥죄야 하는가, 한은이 제시할 내년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가 안 될 텐데 물가가 앞으로 더욱 날뛸 것인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4%는 어떻게든 간신히 맞출 수 있겠으나 그것만으로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지하긴 어려워보인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알수 없는 불확실성(unknowable uncertainty)’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근 공급 병목이 전 세계적으로 큰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현상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 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총재가 기존에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사전적 정책 예고)한 대로 이달 금리를 올리고도 내년 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지, 아니면 후퇴할지 주목된다. 2월에도 금통위 회의(24일)가 있지만 대통령 선거(3월 9일)가 2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금리를 조정하기엔 부담이 크다. 이 총재 임기가 3월말에 끝나면 차기 총재 선임 절차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내엔 금리 조정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달 금통위는 이 총재의 마지막 금리가 1%일지, 1.25%일지를 판가름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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