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호소 "한국 대통령 러시아 제재 더 강화해야"

김정민 기자I 2022.03.16 22:00:00

주한 우크라 대사관 전 1등 서기관 말라뉴크 부부 인터뷰

말라뉴크 부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소식에 귀국해 리비우시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군은 리비우시를 연일 공습 중이다. 사진제공 :(사)식문화세계교류협회
[이데일리 김정민 황효원 김찬미 인턴기자]“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일주일만에 3차례 암살 공격을 받았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전세계 민주주의와 질서, 세계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뻬뜨로 말라뉴크 전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1등 서기관과 그의 부인인 이리나 즈비르 한국외국어대학 교수를 이데일리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에 거주하던 시절엔 이맘때면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 함께 딸기축제를 즐기던 부부는 지금 매일 포성이 울리는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다.

작년말까지 한국에 거주하고 있던 말라뉴크 부부는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소식에 본국으로 귀국했다. 말나뉴크 부부는 현재 가족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에 위치한 리비우( Lvov)시에 머무르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13일 리비우시 인근 아보리우 군사훈련시설을 공습한데 이어 폭격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라뉴크 전 1등 서기관은 인터뷰에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한국정부, 그리고 한국의 현 대통령과 미래의 대통령은 러시아에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8일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차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동참 등 러시아 경제제재 방안을 발표했으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등 보다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한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에 비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는 “유엔에서도 북한 등 4개국만 러시아 편에 섰다. 세계 어떤 나라도 강제로 기존 국가의 영토를 침범해 국경을 임의대로 변경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엔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긴급특별총회를 열고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141표·반대 5표·기권 35표’로 통과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곳은 러시아를 비롯해 벨라루스, 북한, 시리아, 에리트레아 등 5개국 뿐이다. 중국, 인도, 이란은 기권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지만 결코 적대적인 사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쟁에 찬성하는 일부 러시아인들은 푸틴 정부의 철저한 정보 통제와 거짓말에 속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말라뉴크 전 1등 서기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재자”라며 “그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의 실상을 전하는 통로는 모두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 리비우서 열리는 전사 장병 추도식 사진=연합뉴스
말라뉴크 전 1등 서기관의 부인인 이리나 즈비르 교수는 우크라이나 민속학 박사로 우크라이나 역사 문화에 정통하다. 즈비르 교수는 이반 프랑코 르비우 국립대 조교수를 거쳐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부교수로 오랜시간 강단에 섰다.

즈비르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독립된 나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즈비르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라며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은 오랜 역사속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한 날이 대한민국 역사의 첫 시작이 아니듯 우크라이나 역시 소비에트연방 이전에도 여랜 역사와 문화를 지켜온 나라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했다.

즈비르 교수는 “모스크바는 1147년에 건설된 도시”라며 “우크라이나는 이보다 한참 전인 9세기때 세워져 1180년 이상 이어진 키이우 왕국의 유일한 후계자”라고 강조했다.

말라뉴크 부부은 인터뷰 말미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리고 러시아 제국인 소비에트연방을 복원하려 한다”며 “끔찍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우크라 난민으로 빼곡한 폴란드행 피란 열차 객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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