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냉장 안 하고 종이상자에…상온서 '얼마나 오래' 노출됐는지가 관건

황효원 기자I 2020.09.22 20:48:11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확인돼 무료 백신 접종이 일시 중단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상온에 ‘얼마나 오랜 시간’ 노출됐는지가 품질 검증의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한 대형병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연기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보건당국은 독감 백신이 의료기관으로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 상태가 유지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독감 백신 무료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독감 백신은 차광된 상태에서 2∼8℃로 동결을 피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유통할 때도 ‘콜드체인’이라 불리는 냉장 상태가 잘 유지돼야만 백신 효과를 볼 수 있다.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해 제조하는 사백신이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약독화한 생백신에 비해 온도에 덜 민감하긴 하지만 적정한 온도에서 보관, 유통돼야 한다.

제조사들은 백신이 일정 기간 상온에 있어도 효능에 문제가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하지만 이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

이날 브리핑에서 문은희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게 되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제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면 효능을 나타내는 단백질 함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백신이 실온(25℃)에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수 개월간 효능을 유지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조사 자체 실험 결과이다. 또 외부 변수가 반영되지 않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독감 백신은 배송 과정에서 일부 기사들이 냉장차의 문을 한참 열어두거나,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두고 확인 작업을 하면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업체가 직접 보고한 것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신고가 들어와 확인됐다.

아울러 의료계에서는 독감 백신이 아이스박스가 아닌 종이박스에 운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일부 회원(의사)은 독감 백신을 아이스박스에 정상적으로 받았으나 일부는 종이박스로 받은 데다 수령인이나 수령일시를 사인해야 하는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제일 문제는 부작용이 아니라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온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식약처는 구체적인 노출 시간과 정도를 조사할 방침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상온에 노출됐는지가 백신의 효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효과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확인하고자 단백질 함량과 다른 시험 항목도 살펴볼 예정이다. 품질 검증에는 약 2주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무료백신 접종은 일시 중단됐지만 유료 접종은 계속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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