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깡패' 동화빌딩 팔리나 했더니…결국 계약 파기

김성수 기자I 2023.01.30 19:01:13

시티코어, 동화빌딩 인수 MOU조건 기간 내 불이행
마스턴, 계약 종료…부동산 경기 회복 후 재시도
한은 연내 금리인하 전망 높아…매각조건 나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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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마스턴투자운용과 시티코어 컨소시엄이 맺었던 서울 중구 서소문동 ‘동화빌딩’ 매매계약이 파기됐다. 매수자인 시티코어 측이 양해각서(MOU) 조건을 기간 내 이행하지 않아서다.

해당 건물은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가깝고 서소문구역 제10지구 재개발 호재도 있어 투자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은 만큼 마스턴투자운용은 부동산경기가 좀더 회복된 후 매각을 재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화빌딩 (사진=네이버맵 캡처)
◇ 시티코어, MOU 조건 기간 내 불이행…마스턴과 계약 종료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스턴투자운용은 시티코어 컨소시엄에 동화빌딩을 매각하기로 했던 계약이 무산됐다. 작년 10월 시티코어 컨소시엄이 동화빌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된지 3개월여 만이다.

시티코어 컨소시엄이 마스턴투자운용에 이행보증금을 지불했지만, 양해각서(MOU) 조건을 기간 내 이행하지 않아서 계약이 종료됐다.

MOU는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합의했던 내용을 기록한 문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조항과 선택조항들이 있고 작성내용에 따라 법적 구속력도 가질 수 있다.

시티코어 컨소시엄은 부동산 디벨로퍼인 시티코어와 삼성SRA자산운용(투자 비히클 제공), NH투자증권(자금조달), CJ대한통운(시공), KT에스테이트(자산관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시티코어 컨소시엄은 작년 10월 동화빌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가는 2800억원이다. 당시 급격한 금리인상과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매각 여건이 나빠지면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화이자빌딩 등 대형 오피스빌딩 매각이 연달아 실패했었다.

이에 동화빌딩 딜도 무산되거나 우협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양측이 협상 끝에 작년 10월 적정 금액(2800억원)에 합의했고,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국내 기준금리가 추가적으로 오르면서 부동산 경기는 계속 냉각됐다. 이번 계약이 무산된 것도 얼어붙은 부동산 매수심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시티코어 측에서 받은 이행보증금 액수와 새로운 매수자를 물색할지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 동화빌딩, 입지·개발호재 ‘우수’…연내 금리인하 전망도 높아

동화빌딩은 입지와 개발호재 측면에서 투자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중구 서소문동 58-7 외 2필지 일대에 있는 도심업무지구(CBD) 소재 오피스며,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다.

개발호재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말 이 일대를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서소문구역 제10지구)으로 지정했다. 중구청은 작년 9월 21일 서소문구역 제10지구에 대한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를 했다. 그 다음 절차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착공 및 준공이다.

(자료=중구청)
중구 구보에 있는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문을 보면 이 곳에는 지하 7층~지상 19층, 높이 89.62m, 건축면적 1525.62㎡(약 462.31평), 연면적 3만9949.03㎡(약 1만2105.77평) 업무시설을 지을 수 있다.

새 인수자는 소유권 이전이 끝나면 건물을 철거하고 지하 7층~지상 19층 오피스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저층부에는 커피숍, 리테일이 입주한다. 현재 건물 임차인은 대부분 퇴거한 상태다.

정비사업 시행기간은 사업시행계획인가일(2022년 9월 19일)로부터 4년 6개월이다. 오는 2027년 3월 21일까지로 해석된다. 건물 매매로 사업시행자가 바뀌거나, 사업시행자가 사업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구청에 변경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부동산경기가 좀 더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매각을 재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경기둔화 우려로 연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매수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 보다 0.033%포인트(p) 하락한 연 3.271%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제시한 최종 기준금리 전망(3.5%)보다 낮은 수치다.

◇ 장단기 금리차 역전…“더 나은 조건에 매각 재시도할 수도”

또한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물 금리 역전 상태가 이어지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주요 경제지표 중 경기침체 예측력이 가장 정확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3.271%)는 국고채 10년물 금리(3.238%)를 웃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작년 11월 21일부터 12월 27일까지 나타났으며, 지난 4일부터 지속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웃도는 모습 (자료=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실제로 다수 해외은행들도 경기둔화 문제로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네덜란드계 은행 ING는 한국 경제가 위축 국면을 이어갈 경우 올해 말 금리 인하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ING는 지난 26일 분석자료에서 “한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위축됐다”면서 “누적된 금리 인상과 경제 재개(리오프닝) 효과 후퇴로 민간 소비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글로벌 수요 부진이 한국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5% 수준에 머물러 있고 더 상승할 위험도 높다”면서도 “GDP가 이번 분기에도 위축 국면을 이어가면 한국은행도 올해 후반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은행 HSBC의 프레데릭 뉴먼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내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업황 침체로 한국 경제가 안팎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아시아 국가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 여파로 인플레이션은 사라지더라도 경제성장이 매우 취약한 수준에 놓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도 “한국 기준금리가 최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위축된 크레딧시장과 경기 둔화는 한은이 금리인상을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데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마스턴투자운용 입장에서는 우협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굳이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금리인하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회복되면 더 나은 매각조건을 제시하는 인수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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