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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딸과 함께 쓴 논문 1편 아닌 3편…자기표절 의혹도

김형환 기자I 2022.10.26 17:48:19

딸과 함께 쓴 논문, 3편 모두 유사
이주호, 중복게재·자기표절 은폐 시도도
이주호 “자기표절 아닌 논문 준비과정”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딸과 함께 공동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사례가 1건이 아닌 3건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3편 모두 비슷한 제목으로 동일한 데이터와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작성돼 자기표절·중복게재 의혹도 제기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종환·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주호 후보자는 이 후보자의 딸과 다른 공동저자 A씨와 2020년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 학업 성취도·학업적 흥미·학습능력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Digital Textbooks on Students‘ Academic Performance, Academic Interest, and Learning Skills)이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을 작성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대학원에 게재했다.

이보다 2년 앞선 2018년 이 후보자는 A씨와 후보자의 딸과 함께 ‘디지털 교과서가 학업 성취도·학습능력·디지털 중독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Digital Textbooks on Students’ Academic Performance, Learning Skills, and Digital Addic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SSRN 전자 저널에 개제했다. 지난 9월에는 2020년 논문과 같은 제목으로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 학업 성취도·학업적 흥미·학습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마케팅 리서치 저널에 올렸다.

2018년과 2020년 그리고 올해 9월 올린 3편의 논문 모두 상당 부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과 2020년 논문의 경우 제목은 두 개의 단어를 제외하고 모두 똑같았으며 서론과 이론적 배경, 실증적 방법, 강건성 검증, 결론 부분에서 동일 문장이 다수 확인됐다. 이는 KDI 대학원 ‘연구윤리지침’ 제12조에서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중복게재’다.

올해 9월 올라간 논문 역시 2020년 논문과 서론의 시작부분 일부를 제외하고는 볼론의 연구데이터, 연구방법, 결과, 결론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2020년 이 후보자가 KDI 대학원에 제출한 연구논문 신청서에는 저자 체크리스트 항목에서 해당 논문에 대한 중복 게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오’(No)라고 체크해 허위보고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후보자는 해당 논문의 중복게재가 문제 될 것을 우려해 은폐를 시도했다는 게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 후보자가 KDI 대학원에서 제출한 연구실적물 목록에는 2018년 논문과 올해 논문 2편이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2018년 논문은 지난 14일까지 SSRN 전자 저널에서 저장이 가능했지만 이후 ‘사이트·저작권자 요청으로 삭제 조치됐다’는 문구가 나오며 확인이 불가능하다.

도종환 의원과 서동용 의원은 이에 대해 “후보자는 12년전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자기표절 및 논문 중복의혹에 대하여 일부 인정하고 사과한 사실이 있는데, 장관직을 그만둔 이후에도 이번에는 딸과 함께 똑같은 자기표절 및 논문 중복게재 등의 연구부정을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이어 “연구목록을 허위로 제출한 것도 모자라 연구부정을 숨기기 위해 누가 논문 삭제를 지시하고 수행하였는지도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교육부 장관으로서 자격조차 거론할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주호 후보자 측은 중복게재가 아닌 앞서 나온 논문들은 자기표절·중복게재가 아닌 최종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 여러 차례 나오는 ‘워킹페이퍼’(공식 논문을 쓰기 전 동료 연구자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작성하는 보고서)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인사청문준비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주호 후보자와 자녀가 공저한 논문의 자기표절 및 중복게재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학계에서는 동료의견을 통해 연구결과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 측의 주장에 따르면 2018년 논문을 실었던 SSRN의 경우 ‘출판 전 논문’(pre-print)를 탑재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며 2020년 논문은 워킹페이퍼, 그리고 올해 낸 논문은 게재가 확정된 논문이다. 실제로 각각 연구물은 작성 목적과 특징이 다르다는 게 이 후보자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실제로 2019년 노벨상을 수상한 마이클 크래머 시카고대 교수의 논문 역시 15개 버전의 연구물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2018년 논문 삭제의 이유는 “2022년 9월 해당 논문의 최종 게재가 확정된 이후 저널 게재 지침에 따라 이전 버전의 연구물을 삭제한 것”이리고 해명했다. 이들은 KDI 워킹페이퍼의 경우 기관의 연구성과물로 삭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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