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지시여도 부당하면 'NO' 해야"…공공 클라우드 개방, 데이터 주권 넘길라

김현아 기자I 2022.10.04 19:47:05

윤영찬·박찬대·정필모·조승래 등 민주당 의원들 비판
클라우드 보안 인증제(CSAP) 등급 세분화로 미중 업체 공공 시장 진입 가능해져
한덕수 총리가 지시? 과기정통부 "밑에서 의견 왔다" 애매한 답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선 정부가 추진 중인 ‘클라우드 보안 인증제(CSAP)’ 세분화 조치가 공공 시장에까지 AWS·MS·구글 등 미국 업체와, 텐센트·알리바바 등 중국 업체의 진입을 허용해주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정부는 공공 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사용 활성화를 명목으로 해당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나, 네이버·카카오·KT·NHN 등 국내 클라우드서비스회사(CSP)들은 민간 시장의 80%를 장악한 외국계 클라우드가 공공 시장까지 잠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이 가운데, 윤영찬, 박찬대, 정필모, 조승래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해당 제도 개선이 추진된 경위와, 업계 의견 수렴 과정을 따지면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박윤규 차관을 몰아붙였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 사진=이데일리 DB


한덕수 총리가 지시?…과기정통부 “밑에서 의견이 왔다” 애매한 답변

윤영찬 의원은 “작년 4월,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세미나에서 CSAP 완화를 언급했고, 6월 AWS 필 로드리게스 부문장 언급이 있은 뒤, 올해 7월 암참 주최 행사에 총리가 가서 규제를 푼다고 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면서 “국내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외 업계 입장을 고스란히 들었다”며 “민간 시장은 82%가 글로벌 사업자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그나마 남아있는 공공시장까지 내주면 정보 보안, 데이터 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 왜 과기부는 거꾸로 가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말씀 취지를 잘 들여다보고 하겠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해당 제도 개선이 한덕수 총리가 참석한 6월 17일 규제개선 간담회에서 언급된 일을 상기했다. 그는 “이게 몇 개월 만에 결론 내야 할 사안인가”라면서 “부처간 협의도 안 되고, 사업자 반대도 많은데 총리가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AWS와 MS가 3분계 세분화안을 제시했고, 김앤장이 뛴 걸로 업계는 안다. 총리는 김앤장 출신 아닌가”라고 몰아 붙였다.

박찬대 의원도 “공공 클라우드에 대해 해외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에 총리실 지시가 있었는가”라고 물으면서 “총리가 지시했는지 물었는데, 대답이 애매하다.미국, 유럽, 일본 모두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클라우드법을 보면, 수사기관이 클라우드 기관의 메일, 분서 등을 열람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종호 장관은 “어떤 부분의 지시를..”이라고 물으면서 “밑에서 (클라우드 보안 인증제에 대한 규제 완화)의견이 왔다. 이걸 논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정필모 의원은 “CSAP를 투명하고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면서 “총리 지시여도 부당하면 노(NO)라고 말해야 한다. 나중에 문제 되면 책임지셔야 한다는 걸 꼭 유념해 달라”고 이 장관에게 당부했다.

조승래 의원은 “CSAP 제도 변화로 인증을 받은 국내 기업들 투자비만 매몰 비용이 되게 생겼다”면서 “정부의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공시장 문턱 낮추는 정부, 커지는 우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82%는 외국계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2018년 금융 시장도 개방됐다. 이번 CSAP 인증제 세분화는 클라우드로 사용될 시스템을 중요도에 따라 3등급으로 구분하고, 등급별로 다른 보안인증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민간 서비스 영역과 공간적으로 분리된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서버를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최하위 등급인 3등급에 한해 없애려 한다. 이리 되면 이 조건 탓에 그간 인증을 받지 못했던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공공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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