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공룡 탄생에 경쟁사 '발등의 불'

유현욱 기자I 2021.06.24 18:37:00

유통 맞수 롯데, 내주 하반기 사장단 회의 소집해 전략 모색
작년 4월 론칭 롯데온, '복합 쇼핑 플랫폼' 변신할 듯
SK텔레콤의 11번가, 롯데·홈플러스 등과 협업 가능성도
지그재그 품은 카카오, 시너지 여부 주목
화재 사고·갑질 논란에 휘말린 쿠팡, 위기대처 어떻게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이마트의 단독 인수로 마무리됨에 따라 경쟁사들이 저마다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기선을 잡는 데 성공한 이마트에 밀리지 않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상반기 사장단회의(VCM)를 주재 중인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그룹)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이번 인수전에 끝까지 참여했던 롯데다. 저만치 앞서나가는 유통 맞수 신세계그룹을 바라보고만 있을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오는 30일~7월 1일 신동빈 회장 주재로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로 했다. 통상 7월 중순에 진행한 것과 비교해 보름가량 앞당겨졌다. 최근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비롯해 그룹을 둘러싼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예년보다 서둘러서 미래 전략을 짜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도가 무산된 직후인 지난 18일 사내 전산망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역량을 보유한 그로서리(식료품),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한 방문의 이유를 제시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강 부회장은 “결과적으로는 여러 개의 카테고리 전문몰을 구축해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복합 쇼핑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청사진을 오는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 속도를 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준비하면서 마련한 실탄을 다른 인수합병(M&A) 등에 쏟아부어 반전을 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배달 앱 요기요 본입찰에 참여하리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패션 플랫폼의 경우 짝짓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등 확실한 반전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이베이 인수전에 발을 담갔던 SK텔레콤의 행보도 관심사다. SK텔레콤은 자회사로 11번가를 두고 있다. 앞서 윤풍영 SK텔레콤 CFO가 지난 16일 투자자·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에서 “이베이코리아는 우리도 롯데도 (인수가) 어려워진 상황 같다”며 “7월쯤 아마존과 협업해 11번가 내 글로벌스토어를 오픈하고 하반기에 롯데·홈플러스와 여러 협력 방안을 오픈해 놓고 이야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이마트-네이버가 지분교환을 통해 반(反) 쿠팡연대를 결성한 것처럼 기존 사업자 간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오는 9월 카카오커머스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지난 2018년 12월 카카오 쇼핑부문을 분사한 지 3년 만에 다시 품에 안는 것이다. 카카오커머스는 현재 △선물하기 △쇼핑하기△메이커스 △카카오쇼핑라이브 등 카톡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카카오와의 합병으로 더 큰 시너지와 통 큰 마케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 대신 인수한 지그재그(법인명 크로키닷컴) 역시 성장이 기대된다.

쿠팡은 연이어 악재가 터지면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덕평물류센터에서 난 화재로 소방관 한 명이 숨지면서 쿠팡 불매 및 탈퇴 운동 등 반대여론에 불이 붙었다. 쿠팡이 운영하는 배달 앱 쿠팡이츠가 무리한 고객의 환불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점주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쿠팡의 위기가 경쟁사들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티몬, 위메프 등은 올해 들어 나란히 경영진을 교체하면서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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