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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불사'vs'공멸'…홈플러스 자산 매각에 갈등 깊어지는 MBK-노조

김성훈 기자I 2020.09.22 17:05:33

홈플러스 매장 자산유동화 작업 가속화
노조 대량실업 우려 반발에 파업 검토
회사 "위기 타계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
입금 협상도 양측 평행선 달리며 난항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홈플러스 점포 매각을 둘러싼 사측과 노조 간 갈등이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노조 측이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추석 전 기습 파업까지 예고한 가운데 회사 측은 기존 방식을 유지할 경우 모두가 ‘공멸’(共滅)할 수 있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홈플러스 노조)가 지난 6월 MBK 본사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경영진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성훈 기자)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가 입주한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위기 극복은 폐점 매각이 아니라 인수 당시 약속한 투자 이행”이라며 기습 파업을 예고했다. 전국에 있는 140개 점포가 오는 26~29일 가운데 하루를 정해 파업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0일에도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점포매각 중단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한다”며 노조 1만5000명의 구성원의 서명 및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노조는 “MBK가 2015년 인수 당시 홈플러스를 국내 굴지의 마트로 키우겠다며 1조원 투자를 약속했지만 매장을 팔아 2조원 가까운 금액을 빼 가고 배당금으로 1조원 넘는 금액을 가져갔다”며 “이익 보장을 위해 무리한 방법을 이어가는 MBK와 경영진의 책임도 크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파업까지 고려하는 이유는 고용 보장이 핵심이다. MBK는 지난해 인천·대전·전주·울산 등 일부 점포에 대한 ‘세일즈앤 리스백’(sales and lease-back) 방식의 자산 유동화를 진행했다. 올해도 안산과 대전 등 3개 점포 매각을 결정하며 자산 유동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매장이 줄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계산이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 측은 어려운 회사 사정을 감안한 불가피한 검토라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업계가 온라인으로 유통업계 축이 이동하면서 이에 따른 (부동산 유동화) 조치를 검토 중이다”며 “앞선 2018년에도 동김해점과 부천 중동점도 부동산 유동화 조치에 따라 폐점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매각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해당 지점 직원들은 온라인 배송 풀필먼트(통합 물류 시스템)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으로 배치하는 등 정규직 유지를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노조와 회사 측은 자산 유동화 이슈 외에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당초 노조 측은 올해 6월까지 회사에 18.5% 임금인상에 상여금 300%를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서자 수정을 거쳐 3.3%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측이 회사 사정을 감안해 올해 임금인상률을 동결하고 내년 인상률을 1.2%로 제시하면서 논의가 안갯속에 빠진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측 간 갈등이 매장 유동화 말고도 임단협 등 다른 부분에서도 계속 충돌하고 있어 해당 이슈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BK는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Tesco PLC)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 규모만 7조2000억원으로 아시아지역 최대 바이아웃(buyout)이었다. 문제는 유통업계가 온라인으로 기울면서 오프라인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차입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추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인 ‘홈플러스 리츠’ 상장 무산도 타격이 컸다.

MBK는 지난해 10월 인수금융 재조달(리파이낸싱)을 통해 2조15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면서 리츠 상장으로 갚으려던 대출을 연장했다. 리츠 재상장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를 위한 전략 수정 행보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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