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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베 후임 약식선거로 뽑는다…자민당 내에서도 반발(상보)

김보겸 기자I 2020.09.01 15:05:07

당원투표 빼고 양원 의원총회 투표로만 선출
니카이 "부담 줄이고 신속하게 체제 확립해야"
주류 파벌 승리 가능성 높아…계파문제 도마위

일본 자민당이 약식선거로 차기 총리를 선출하기로 결정하면서 국회의원 지지기반이 탄탄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선출이 유력해지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병을 이유로 사퇴를 공식 선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 선출 방식이 약식 선거로 결정됐다. 사실상 국회의원 다수파의 지지를 받는 특정 후보가 당선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본의 뿌리 깊은 계파 정치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된다.

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날 오전 11시 총회를 열고 전국 당원투표 대신 양원 의원총회에서 차기 총리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자민당의 ‘킹 메이커’로 평가받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하루 빨리 부담을 줄이고 신속하게 체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긴급을 요하는 일이므로 선거를 양원 의원총회에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약식선거를 채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통상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과 당원이 각각 394표를 행사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긴급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회의원 394명과 47개 광역지자체의 대표 141명만 참가하는 양원 의원총회에서 총재를 선출할 수 있다. 당원 투표를 제외하는 약식선거에서는 국회의원 표가 당락을 좌우하는데, 주류 파벌이 선호하는 후보가 총재로 당선될 확률이 높다.

오는 2일 차기 총리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미 과반의 지지를 얻은 상태다. 지난달 31일 자민당 내부 최대 계파인 호소다파(98명)와 제2계파인 아소파(54명)는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47명) 역시 스가 관방장관 지지를 결정했다.

약식선거 결정으로 스가 관방장관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일본 정치의 고질적인 계파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닛케이는 지난 1976년 미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 사건을 흐지부지 넘기려는 지도부에 반발해 탈당한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을 언급하며 “계파가 젊은 정치인들에게 벽이 됐다”고 꼬집었다. 록히드 마틴 사건은 당시 록히드 마틴이 전투기 해외 판매를 위해 자민당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에게 뇌물을 주다 발각됐던 사건으로, 고노 장관은 당시 일본의 대표적인 젊은 정치인이었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약식선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 중견의원 10여 명은 총회에 출석해 당원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코바야시 후미아키 자민당 청년국장은 전날 니카이 간사장에게 국회의원과 당원이 같은 수의 표를 행사하는 공식 선거로 총재를 선출할 것을 제안하며 소속 의원의 3분의 1을 넘는 140여 명의 국회의원 서명을 제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양원 의원총회 일정은 2일 자민당 총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한다. 아베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는 임시국회는 오는 16일 소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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