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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 중기 "생산성↓·납기지연 불가피"

강경래 기자I 2022.11.24 19:23:00

정비업체 2400곳 대부분 8시간 추가근로제 활용
밤에 정비해야 하는 일 빈번, 2∼3년 유예 필요해
금형업체 역시 성수기 때 주60시간 근무 일반적
중소기업 제도 일몰 시 '대책 없음' 응답 75.5% 달해
이정희 교수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체력 고갈 고려해야"

[인천=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함지현 기자]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시 회원사 2400여 곳 대부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24일 인천에서 만난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 회장(카라인종합정비공장 대표)은 “회원사 2400여 곳 중 5인 미만 사업장이 80%에 달한다.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장해보면 대부분 회원사가 속할 것”이라며 “특히 건설 중장비는 낮에 현장에서 작동한 뒤 밤에 정비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업종 특성상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은 필수”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영세한 정비업체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하다”며 “협회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2∼3년 유예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 중”이라고 덧붙였다.

영세한 중소기업, 벤처기업 사이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이하 8시간 추가근로제)가 올 연말 일몰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52시간근로제는 지난 2018년 도입한 뒤 순차적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으로 적용을 확대해왔다. 특히 지난해 7월 주52시간근로제를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전면 도입했다. 다만, 3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에 한해 올해 말까지 8시간 추가근로제를 적용했다. 하지만 관련 제도는 다음 달 일몰한다.

뿌리기업 공장 내부 전경 (출처=이데일리DB)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 시 ‘대책 없음’ 75.5% 달해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30인 미만 중소기업 4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조업 8시간 추가근로제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67.9%는 ‘현재 제도를 사용 중’이고 23.1%는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해당 기업 10곳 중 무려 9곳 이상(91.0%)이 관련 제도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특히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 시 대응방안을 묻자 ‘마땅한 대책 없음’이란 응답이 75.5%로 가장 많았다. 제도 일몰 시 예상되는 문제점으로는 ‘일감을 소화하지 못해 영업이익 감소’(66.0%), ‘연장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 이탈, 인력 부족 심화’(64.2%), ‘납기일 미준수로 거래 단절 및 손해배상’(47.2%), ‘생산성 하락 및 수주 경쟁력 하락으로 계약 배제’(20.8%) 등 응답이 있었다.

일몰 기간과 관련해서는 절반 이상(51.3%)이 ‘일몰 반대, 제도 유지’라고 응답했다. ‘1~2년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도 22.0%에 달해 해당 중소기업 대다수(73.3%)가 8시간 추가근로제 존속 필요성에 공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 현장에서 8시간 추가근로제 존속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금형업을 운영하는 아진금형 임권묵 대표는 “비수기에는 두 달 정도 일이 없지만 일이 몰릴 때는 납기를 맞추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주60시간까지 일한다”며 “8시간 추가근로제는 금형업체들에 보험 같은 제도인데, 일몰하면 부득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임 대표는 “특별연장 신고를 하면 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급할 때는 사장이 직원보다 더 바쁘게 일하는데 언제 신고를 할 수 있겠느냐”며 “추가근로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벤처기업 사이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온다. 기억장치에 주력하는 컴트리 이숙영 대표는 “벤처기업 사이에선 8시간 추가근로제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납기를 지킬 수 있다. 연장근로 수당 지급으로 직원들 이탈도 방지할 수 있다”며 “만약 관련 제도가 일몰한다면 인력 부족 심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 이에 따른 납기 지체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뿌리기업 공장 내부 전경 (출처=이데일리DB)
중소기업 체력 소진, 추가근로제 연장 조치 이뤄져야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 벤처기업계에서 8시간 추가근로제 존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을 폐지하고 제도를 항구화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지난해 주52시간근로제를 전면 시행한 뒤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구인난이 이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30인 미만 사업장은 노사가 합의하면 주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8시간 추가근로제로 근근이 버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올 연말 관련 제도가 일몰하면 이마저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계도 제도 일몰을 우려했다. 벤처기업협회 측은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을 폐지하고 항구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법제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 측은 “주52시간근로제를 전면 시행한 뒤 벤처기업들은 극심한 구인난을 겪는다. 이런 가운데 고금리와 고물가 등 복합 경제위기가 더해져 벤처기업들은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30인 미만 벤처기업은 관련 제도를 활용해 버텨왔지만, 일몰하면 이마저 쓸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전체 벤처기업 중 30인 미만 비중은 89.1%에 달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는 “지난 3년여에 걸친 경기침체로 특히 중소기업 체력이 소진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국내외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은 정부가 중소기업 탈진을 막기 위해 지원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러한 지원 중 제도 개선으로 성과가 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선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8시간 추가근로제 연장 조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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