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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소상공인연합회장이 뭐길래…탄핵vs무효 '점입가경'

김호준 기자I 2020.09.16 15:41:19

소공연 비대위, 15일 임시총회서 배동욱 회장 탄핵
임시총회 정족수 논란…"끼워 맞추기식 총회" 법적 공방 예상
'법정 단체' 소공연, 전임 회장은 국회 진출할 정도로 대표성 커
"소상공인 현안 산적…본연의 활동에 사활 걸어야"

15일 소상공인연합회 임시총회가 끝난 이후 회장 집무실에 도어락이 설치돼 있다. (사진=독자 제공)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드르륵 드르륵.”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집무실에 ‘도어락’을 설치하는 드릴 소리가 사무실을 메웠다. 이날 소공연은 임시총회를 열고 일명 ‘춤판 워크숍’과 가족 일감몰아주기, 부적절한 보조금 사용 등으로 논란을 빚어온 배동욱 회장을 탄핵했다. 회장 집무실 도어락 설치는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법정 경제단체’ 소공연을 둘러싼 논란이 약 3개월 만에 회장 탄핵으로 일단락됐다. 소공연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S컨벤션에서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임시총회에는 의결권이 있는 대의원 총 49명 중 29명(24명 대면 참석, 5명 위임 참석)이 참석해 참석자 만장일치로 배 회장 탄핵을 가결했다. 소공연은 김임용 수석부회장(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임시총회 직후 소공연 비대위는 △배동욱 회장 취임 이후 모든 업무 원점 재검토 △깨끗하고 투명한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 민의 대변 등 3대 원칙에 입각해 소공연을 ‘정상화’하겠다고 다짐했다.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소상공인연합회 앞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배동욱 회장 해임 관련 기자회견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쇄신을 다짐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회장 탄핵 임시총회를 두고는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애초 총회 의결권을 가진 소공연 정회원은 56명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임시총회 참석자들은 이 중 7개 단체 회원에 대해 의결권이 없다고 판단해 49명을 기준으로 총회를 진행했다.

소공연 정관 제27조에 따르면 총회는 정회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정회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즉, 소공연 정회원을 몇 명으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총회 개최 성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탄핵 당사자인 배동욱 회장은 “임시총회 과반 성원이 안 되다 보니 자의적으로 뺀 것”이라며 “끼워 맞추기 식으로 될 일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무효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또 이번 사안에 대해 오는 17일 소공연 회장단 및 위원장 회의를 개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정배·육재원 소공연 감사는 소공연 정회원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배동욱 회장의 사퇴 또는 임시총회에 대한 효력에 대한 법적인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법원에 등기된 배동욱 회장이 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음을 안내드린다”고 했다.

탄핵을 주도한 소공연 비대위 측은 임시총회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임용 직무대행은 “7개 단체는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의결권이 제한돼 있다”며 “동종 업종이 소공연 정회원으로 가입 시에는 동의서도 필요하고, 무허가업종이나 회비미납 회원은 정회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 그런 부분이 다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이 같은 회장 ‘탄핵vs무효’ 소식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경기도의 한 소상공인은 “기사를 통해 회장이 탄핵됐다는 건 알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냐”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감투싸움 소식은 스트레스만 더할 뿐”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소공연은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라 지난 2014년 설립한 단체다. 1~2대 회장을 지낸 최승재 전 회장은 소상공인 대표성을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국회에도 입성했다. 이처럼 소상공인 대표를 자임하는 단체가 내부 다툼에 휩싸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어떤 지지도 받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소공연 앞에는 소상공인 경영안정, 배달 앱 독점 문제, 소상공인기본법 후속책 등 수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논란을 딛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본연의 활동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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