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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딩·신사업 ‘쌍끌이’…반등 준비하는 종합상사

김정유 기자I 2020.11.05 16:53:54

현대종합상사, 영업익 89억 전분기比 133% 증가
LG상사도 16% 늘어난 349억, 트레이딩 물량 확대
포스코인터도 철강 부문 호조, 전방산업 회복 효과
삼성물산도 253%나 성장, 원자재 트레이딩 확대
식량, 신재생 등 신사업도 외형 키워, 4분기도 ‘방긋’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종합상사들이 주력 트레이딩 사업과 신규 사업 부문에서 모두 선전을 이어가며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올 3분기 전방산업 회복세에 철강, 산업재 등 트레이딩 물량이 중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에너지·식량 등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실적을 끌어올린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주요 국가들의 경제활동 재개로 4분기에도 실적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전경.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종합상사 3분기 실적 선방, 트레이딩 확대

5일 현대종합상사(011760)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89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대비 13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933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2.8% 늘었으며 당기순이익은 6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매출이 각각 31.5%, 31.3% 감소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인만큼 최근의 실적 개선 추이가 의미있다는 평가다.

현대종합상사의 3분기 실적은 전방산업 업황과 연관이 깊다. 지난 2분기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판매와 생산 활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트레이딩 물량이 대폭 줄었지만, 3분기부터 수요가 되살아나며 상황이 반전됐다. 해외 신흥국가 대상 버스 수출사업도 한 몫을 했다. 투르크메니스탄에 721억원 규모의 버스 400대를 수출한 실적이 올 3분기에 반영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철강 부문에선 중국에 자동차용 강판 수출이 대폭 늘고 있고 발전소용 특수강관 수출도 증가 추세에 있다”며 “차량 부문도 우간다에 버스 900대, 르완다에 엠뷸런스 100대, 짐바브웨에 농기계 200대 등 대형 수출 계약건도 준비 중인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LG상사(001120)의 3분기 실적도 눈에 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이 349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대비 15.6%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도 3조1552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6.7% 늘었다. LG상사 역시 IT부품과 산업재 등 트레이딩 물량이 확대되며 매출 규모를 키웠고, 자회사 판토스가 이끄는 물류 부문도 호조를 보여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원가격 약세 및 환율 하락에도 물류 부문의 긴급 물동량 증가, 물류센터운영 및 배송사업 수익성 강화로 영업이익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028260) 상사부문도 올 3분기 영업이익 460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대비 253.8%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3조46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4.7%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3.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0.4% 증가했다. 역시 중국 경기회복에 따른 철강, 자원 등 원자재 수요 확대 영향이 컸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3분기 영업이익이 1071억원으로 전분기대비 20.3% 감소한 실적을 올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신사업 중 하나인 미얀마 가스전이 지난 9월 정기 유지보수를 진행하며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다만 트레이딩 시장에선 중국의 수요 회복으로 철강 거래 물량이 716만t까지 올랐고 관련 매출과 영업이익이 2조6000억원, 374억원을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흐름을 보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고 포스코그룹사 판매물량 통합으로 물량이 확대된 점도 있다”며 “미얀마 가스전이 정기보수로 인해 판매량이 줄었지만 여전히 액화천연가스(LNG)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준공한 캄보디아 농산물유통센터에서 현지 근로자가 망고를 포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식량·신재생 등 신사업도 성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속도

종합상사들이 활로 개척을 위해 꾸준히 추진 중인 신사업들도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G상사 등이 추진 중인 식량사업이 대표적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자체 투자한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을 통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의 계약 목표치 180만t을 이미 달성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사료용 밀을 도입하면서 국내 식량안보에도 기여하는 등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하고 있는 팜오일 사업의 영업이익도 190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LG상사도 인도네시아 팜 사업의 거래 물량과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자체 농장에서만 진행했던 팜 사업을 올해부터 타 농장 물량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외형을 키우고 있다. 이를 통해 팜 사업의 수익성 제고와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팜오일 생산량과 트레이딩 물량 확대도 꾀하고 있다. 실제 LG상사는 올해 팜오일 트레이딩 물량 목표치를 전년 대비 78% 늘어난 32만t으로 설정한 바 있다.

현대종합상사도 신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를 통해 식량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캄보니아 프놈펜에 현지 최초로 수출 검역시설을 갖춘 농산물유통센터를 준공하고, 현지에서 열대과일 수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상반기엔 다소 주춤했지만 하반기부터 다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캐나다 온타리오 풍력·태양광 발전사업의 성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북미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총 사업 규모 50억달러, 발전 용량 1369MW에 이르는 온타리오 발전 단지를 비롯해 캐나다 서머사이드 지역 태양광 복합발전 시설 준공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 중이다. 더불어 최근 국내 종합상사 업계에선 유일하게 ‘탈석탄 방침’을 선언하기도 했다. 향후 석탄 관련 신규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주력인 LNG복합화력 및 저장시설,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경제활동 재개와 맞물려 트레이딩 수요가 늘면서 종합상사들의 실적 흐름도 개선되는 분위기”라며 “각 업체들이 내세우는 신사업들도 점차 외형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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