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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격돌 예고…“동결해야” Vs “1만원으로”

최정훈 기자I 2021.03.31 16:32:39

이재갑 고용장관,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심의 요청
文정부 4년간 최저임금 널뛰기…경영계·노동계 불만 고조
노동계 “최저임금 대폭 인상해야…공익위원도 교체”
경영계 동결 수준 요구 예상…“과속인상 영향 크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심의가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법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요청했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지난해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한 만큼 올해는 인상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7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21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사진=연합뉴스)
文정부 4년간 최저임금 널뛰기…경영계·노동계 불만 고조

31일 고용부에 따르면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날 최임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심의 요청을 받은 최임위는 심의 절차에 들어가 최저임금을 의결한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부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8월 5일까지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올해 적용된 최저임금 인상률은 1.5%로 최저임금 제도 도입 후 가장 낮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최임위가 다음 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2.7%(1525원)로 결정한 게 역대 2번째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열린 최임위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2.75%로 결정했는데 역대 3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널뛰기를 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이에 올해 노사간 논의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백신접종을 시작했지만 아직 뚜렷한 개선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상황도 변수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로 고공 행진하다 지난해는 2.87%로 인상률이 대폭 낮아졌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며 올해는 역대 최소 인상률로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 4년간 평균 인상률은 7.8%로 박근혜 정부(7.4%)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3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노총, 알바노조 등 관계자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동계 “최저임금 대폭 인상해야…공익위원도 교체”

노동계에서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 인상률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 최저임금 1만원 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가구생계비는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가구원수와 소득원 등을 고려한 생계비다.

민주노총은 지난해에도 가구생계비를 고려해 월 225만원에 맞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시급으로는 1만 765원 수준으로 올해 최저임금(8720원) 대비 23.5% 높다. 한국노총도 지난달 정기 대의원대회에 제출한 사업계획 보고서에서 내년도 인상률이 5.5%보다 낮을 경우 현 정부 집권 기간 연평균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에 못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 중 공익위원의 전면 교체도 요구했다. 최저임금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노사 대립 구도에서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지난해와 올해 역대 최소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로 결정될 수 있던 건 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현 공익위원들이 경영계 손을 들어준 때문이란 게 노동계의 판단이다. 노동계는 5월 13일 만료되는 공익위원들을 유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 동결 수준 요구 예상…“과속인상 영향 크다”

한편 경영계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진 못한 상황이다. 현재 경영계는 사용자 위원 위촉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과 코로나19 여파 지속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지난해 전체 임금근로자 중 법정 최저임금(859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319만명(미만율 15.6%)에 달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2019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이를 지급할 여력이 없는 사업주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최임위 관계자는 “최임위원들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 전까지라도 전원회의 등을 열고 일정이나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보도록 할 것”이라며 “최임위원들을 보좌하는 연구위원회도 소집해서 올해 최저임금 논의를 진행하는 등 절차에 따라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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