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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못 갚으면 무조건 사기죄일까[김안나 변호사의 시시각각]

류성 기자I 2022.07.25 17:58:54

법무법인 울림 파트너 변호사

김안나 법무법인 울림 파트너 변호사
[김안나 법무법인 울림 파트너 변호사] 변호사로 일하며 실무상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범죄를 꼽으라면 단연 사기죄다. 보이스피싱과 같이 작정하고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기는 개인끼리 빌린 돈이나 물품대금을 제 때 갚지 않은 사기죄도 비일비재하다.

보통 형사고소는 채무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민사소송으로 변제를 받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형사고소를 하면 빨리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것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사기죄로 처벌을 받기도 하고 피해금액에 따라서는 실형을 선고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기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궁금해진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망행위란 허위의 의사표시에 의해 타인을 착오에 빠뜨리는 것으로 쉽게 말해 사람을 속이는 행위이다.

도박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이면서 학자금이나 병원비 등으로 사용한다고 말하고 돈을 빌리는 경우도 기망행위가 인정돼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물건 대금을 낼 수 없는데 계속해서 물품을 공급받는 경우나 재무상태가 재정상황이 악화돼 변제할 여력이 전혀 없음에도 마치 곧 갚을 수 있을 것처럼 상대방을 속여 돈을 빌리는 경우도 사기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기망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돈을 빌릴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대법원은 돈을 빌릴 때 변제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변제하지 못했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사기죄 성립여부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법정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첨예하게 다퉈진다.

여기서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은 객관적인 사정들을 기초로 판단한다.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 돈을 빌릴 당시 별다른 수입이 없거나 이미 과다한 채무가 누적돼 있는 상황이라면 변제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변제능력이 없는 상황이라면 변제의사도 없는 것으로 추정되기 쉽다.

사기죄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돈을 빌릴 때 용도와 목적을 정확히 나타내고 사소한 부분이라도 사실대로 말해야한다.

채권자라면 차용 목적을 확인하고 문서, 메시지 등의 형태로 저장해두는 것이 좋다. 돈을 떼이는 등의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채무자의 재력이나 신용상태를 확인해 변제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일 것이다.

김안나 변호사는…△사법연수원 42기 수료 △前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 본부 △前 삼정회계법인 TAX1 본부 △現 법무법인 울림 파트너 변호사 △現 한국지방세연구원 자문위원 △現 대법원 국선변호인 △現 온라인 교육기관 패스트캠퍼스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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