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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시장서 안 팔리니…통영에코파워 공모채 떠안은 주관사

박정수 기자I 2022.07.27 20:20:00

1200억 공모채 전량 미매각에 하나증권이 총액인수
이자율 금리 상단인 6.1%로 확정
수요예측 실패 부담에도 계열사 관계 의식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하나증권이 전량 미매각 난 통영에코파워 공모채를 전부 떠안게 됐다. 통영에코파워 공모채 수요예측에 기관투자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단독으로 총액인수 계약을 맺은 하나증권이 부담하게 된 것이다.

△사진=하나증권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00억원 규모의 통영에코파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제1회, 등급 A+ 하향검토·A0 부정적) 전량을 하나증권이 총액인수한다. 이자율은 6.1%로 확정됐다.

지난 26일 통영에코파워가 만기 3년 구조로 공모 희망금리 연 5.7~6.1%를 제시하며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단 한 곳의 기관투자가도 매수 주문을 넣지 않았다. 이에 인수단 없이 홀로 주관사 계약을 맺은 하나증권이 미매각 물량을 떠안게 됐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통영에코파워 공모채를 다른 기관에 매각할지 리테일이 판매할지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하나증권 총액인수를 놓고 ‘울며 겨자먹기’ 인수라는 지적을 한다. 우선 신용도 강등 위기에 놓인 HDC(012630)가 지급 보증을 섰음에도 인수단 없이 홀로 하나증권이 총액인수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현재 NICE신용평가는 HDC의 장기 신용등급을 ‘A+’로 평가하고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하고 있다. 이는 HDC의 주요 자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장기 신용등급(A+)이 광주 학동4구역 사고와 관련한 영업정지 처분 등의 이유로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돼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DCM 담당자는 “통영에코파워가 BBB+ 급에 달하는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기관투자가들이 외면한 이유가 지급보증을 HDC가 섰기 때문”이라며 “수요예측 실패는 시장에서도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통영에코파워 공모채에서는 한화에너지가 지급 보증을 섰음에도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005940), 신한금융투자, KB증권, 유진투자증권(001200), 유안타증권(003470) 등 6곳이나 참여해 리스크를 분담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HDC는 신용도 강등 우려뿐 아니라 학동4구역 사고로 인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도 있다”며 “대부분 증권사가 주관 계약을 고사했으나 하나증권 홀로 맺은 데에는 HDC와 하나은행과의 대출 계약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DC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보면 HDC 연결회사는 하나은행과 500억원에 달하는 포괄보증한도 약정을 맺고 있다. 우리은행(450억원), 국민은행(9억원) 등의 약정을 웃도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하나은행과 일반대출 480억원을 비롯해 시설대출, 당좌대출, 구매자금대출, 외상채권담보대출 등을 맺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이자율이 6%대로 결정되면서 운용수익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며 “다만 하나은행과 HDC그룹 관계를 의식해 수요예측 실패에 대한 부담을 지면서 울며 겨자먹기 식의 인수에 나선 점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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