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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 가는 손태승…힘 실어준 주주들 "우리금융 이사회 판단존중"

장순원 기자I 2020.03.04 14:52:08

금융위 DLF 중징계 확정‥금감원 원안 대부분 수용
공식 통보후 징계 효력‥孫 행정소송 통해 임기연장
법원이 가처분 받아들이면 25일 주총이 마지막 관문

[이데일리 장순원 김인경 기자] 금융위원회가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일으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도 곧 통보될 예정이다. 손 회장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4일 정례회의를 열어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해외 금리연계 DLF 검사결과를 논의한 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6개월 일부 영업정지 결정을 확정했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반영해 과태료를 조금 낮췄으나 금융감독원이 건의한 대부분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기관 징계와 별도로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연임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중징계를 확정해 둔 상태다.

금융위가 금감원이 올린 기관징계 수위를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앞서 손 회장 등에게 중징계 결정을 내린 금감원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줄곧 “중징계를 통해 시장에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관행을 없애려면 극약처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윤 원장의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며 지원사격을 했다.

금융위가 기관징계를 확정하면서 금감원은 원장 전결로 확정한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의 문책경고 징계안을 조만간 은행에 통보할 계획이다. 두 사람의 제재 수위는 한 달 전에 결정됐으나 개인과 기관 제재가 동시에 부과되면 금융위 정례회의 후 일괄 통보한다는 관행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무적인 검토과정을 거쳐 최대한 빨리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안은 은행에 통보되는 즉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앞으로 3년간 연임이 제한된다. 특히 이달 주총에서 연임이 확실시됐던 손 회장으로서는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사진=뉴시스 제공)
발등에 불이 떨어진 손 회장은 금융당국에서 공식 통보를 받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징계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며 즉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은 손 회장 개인이 진행하는 방식이다. 기관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방침이다.

법원이 주주총회 이전에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손 회장으로서는 연임이 가능하다. 최근 법원은 가처분신청을 가급적 받아들이는 추세다. 과거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재에 대해서도 법원은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하나은행은 이번 결정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함 부회장은 당장 연임이 걸린 손 회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징계처분을 받은 뒤 90일 이내 소송을 결정하면 된다.

법원이 손 회장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주주총회의 표결이 마지막 고비가 된다. 이 과정에서 관전 포인트는 예금보험공사의 결정이다.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17.25%를 보유한 1대 주주이면서 금융위원회의 산하 기구이기도 하다.

예보는 과점주주로 이뤄진 이사회의 판단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손 회장의 연임은) 이사회가 토론 끝에 신중하게 도달한 결론”이라면서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예보 생각과 다르지 않아 이사진의 결정을 존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 연임 안건이 주주총회에 올라오면 적어도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예보가 우리금융 민영화 행보를 고려해 최대한 잡음을 피하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손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임기를 연장해도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가시밭길이 남아 있다. 우리금융의 최대 숙원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것인데, 각종 규제와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웠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 회장이 급히 물러나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으니, 문책경고의 정당성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한번 더 받아보자는 의미”이라며 확대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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