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노리고 해외파생투자…가진 돈 다 날리고 후회도

안혜신 기자I 2022.07.05 18:34:24

해외파생상품 손실 규모 1년 사이 120% 급증
국내 선물 투자보다 진입장벽 낮아
"투자는 개인 판단이지만…정확한 리스크 교육 필요"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해외선물 투자를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500만원을 날렸다. 지난해 국내 주식에 투자해 재미를 본 A씨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예상치 못한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손실을 크게 입었다. 이를 만회할 방법을 찾던 A씨의 눈에 해외선물 투자가 들어온 것이다.

A씨는 유튜브와 ‘리딩방’ 등에서 해외선물로 하루에 많게는 수천만원씩 수익을 낸다는 정보에 혹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주변에서 선물은 잘 되면 대박이라고 해서 주식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해외 선물에 손을 댔다”면서 “주식은 기다리면 돌아오기라도 하는데 선물은 그 자리에서 끝인 것을 경험해본 뒤에야 알았다. 주변에 해외 선물은 절대 투자하지 말라고 말리고 있다”고 한숨쉬었다.

주식으로 손해를 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탕’을 노리고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해외파생상품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높은 수익을 얻겠다는 한탕주의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고, 손실 규모도 커질 수 있어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늘어나는 거래 규모만큼 커지는 손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해외파생상품 투자 순손실 규모는 지난 2019년 4159억원을 기록했던 것이 2020년에는 9126억원으로 무려 119.4% 급증했다. 거래대금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올해 특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파생시장에 ‘겁 없이’ 베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쉬운 접근성이다. 국내 선물옵션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협회가 제공하는 1시간 이상의 사전 교육과 한국거래소가 개설하거나 인증한 3시간 이상의 모의거래가 의무적으로 필요하다. 최초 주문을 위해 입금해야 하는 예치금인 기본예탁금 역시 1000만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외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별도로 들어야 하는 의무교육이나 모의거래도 없다. 일부 증권사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이나 모의거래를 실시하기는 하지만 의무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거쳐야 할 관문은 없다. 즉, 위탁증거금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한 증권사 해외파생상품 관계자는 “해외파생상품은 대표적인 초고위험 투자 상품으로 개인투자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손실 규모가 커질 수도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필요 vs 시장 위축 부작용 우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규모가 점점 증가하고 이에 따른 손실 규모도 커지면서 해외파생상품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국내 파생상품 투자처럼 사전교육이나 모의거래 등 진입장벽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선물 투자는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큰 상품인 만큼 이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는 사람보다는 국내 선물 거래 경험이 있고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국내 선물투자처럼 사전교육 등이 의무화 돼 있지 않다 보니 교육을 통해 투자 위험성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 리스크를 줄여줄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에서 교육 권고 정도로 현재 제도를 일부 보완할 필요성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개인의 투자 판단을 인위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이로 인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투자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운 이유다.

증권사 파생상품팀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초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이미 인지하고 개인 투자판단에 따라 투자하는 것인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 규제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과거 국내 파생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장이 위축된 것처럼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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