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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특감반 교체' 후폭풍 부른 국토부 공무원 갑질(종합)

김성훈 기자I 2018.12.04 16:12:01

경찰, 국토부 전·현직 공무원 등 30명 입건
공사수주 대가로 하청업체에 수천만원 챙겨
"노골적으로 자동차·아파트 대금 요구"
"건설업계 금품 요구 관행 단속 이어갈 것"

정종근 경찰청 특수수사과 팀장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대형건설사 하청업체 선정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수수한 국토교통부 공무원 등 건설공사 비리 혐의자 구속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 선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국토교통부 전·현직 공무원과 건설전문 신문 발행인, 건설업체 대표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최근 경찰에 수사진행 상황을 확인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특감반) 소속 수사관의 지인도 검거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직권남용·금품수수·입찰 담합 행위 등의 혐의로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류모(60)씨와 건설전문 신문 발행인 허모(55)씨를 구속하고 건설업체 대표 박모(58)씨 등 28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4일 밝혔다.

◇특정 건설업체 선정 압력 넣고 수 천만원 꿀꺽

류씨는 2012년 9월 국토부 소속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국장 재직 시절 교량시설 전문업체 대표 박모(58)씨가 100억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알려주고 박씨 업체 선정에 압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4600만원 상당의 승용차와 400만원 상당의 향응 접대를 받는 등 총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그는 박씨에게 국토부 발주 공사와 관련한 담당 공무원을 소개해 주는가 하면 박씨 회사가 하청업체로 선정되도록 원청업체 관계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의 업체는 류씨가 2016년 6월 퇴직할 때까지 국토부 발주 공사 40건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서기관 김모(51)씨는 2010년부터 알고 지내던 최모(58)씨가 운영하는 공사업체가 6000억원 규모 민자도로 공사 하청업체에 선정되도록 힘을 써주는 대가로 현금 1100만원을 수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방음터널 공사 지연을 이유로 시공사 관계자를 질책하면서 최씨의 업체에 공사를 맡기라고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에 근무하던 검찰 수사관 김모씨가 지난달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해당 사건 수사 상황을 물어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김씨와 최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가 밝혀지자 청와대는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원을 모두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 조치하기도 했다.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특수수사과 경찰들이 대형건설사 하청업체 선정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수수한 국토교통부 공무원 등 건설공사 비리 혐의자 구속 관련 수사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골적으로 금품 요구…“아파트 매입비용도 내달라”

건설전문 신문 발행인 허씨는 국토부 발주 사업에 하청업체로 참여하게 해주겠다며 2012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중·소규모 건설업체들로부터 국토부 공무원들과의 알선료 명목으로 4억 30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겼다.

허씨는 2009년 9월 교량 시설 전문업체 대표 박씨에게 경기도 고양시 소재 자신의 아파트 구입비용 1억원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신문에 비난성 보도를 게재하고 국토부 고위 관계자들에게도 악의적인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저지른 갑질 행위도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대기업 건설사 현장소장 윤모(47)씨 등 8명은 원청업체의 현장소장 등으로 일하면서 하청 업체 선정이나 각종 공사의 편의제공 등의 청탁을 받고 적게는 300만~9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이밖에 하청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찰가를 담합해 특정 업체를 밀어주고 선정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중소 건설사 관계자 김모(52)씨 등 18명도 함께 입건했다.

경찰은 언론인 허씨의 소개로 건설업자로부터 식사제공 등을 받은 고위 공무원 나모(46)씨 등 국토부 소속 공무원 14명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상 과태료 처분 대상으로 판단해 형사입건 없이 소속 기관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청업체들은 경찰 조사에서 갑의 위치인 원청업체나 공무원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공무원·원청회사의 금품수수, 권한을 남용한 특정업체 밀어주기, 담합을 통한 입찰방해 행위 등 건설업계의 갑질 및 불공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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