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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엔 상장 추진..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탄력받나

손의연 기자I 2021.04.13 18:17:38

정 회장, 현대엔지니어링 11.72% 지분…상장하면 1조2천억 예상
공정거래법에 따라 현대글로비스 지분 10% 매각 해야
지주사 역할 할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해야 하는 상황서
실탄 마련돼 올해 지배구조 개편 탄력 전망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현대차그룹이 비상장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를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그룹 총수가 변경되는 등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데 최적의 시기라는 관측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이데일리DB)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올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추진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추진이 현대차그룹의 구조 개편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30일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총수를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할 예정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올해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현대차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하지 못하는 대신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야 한다. 현대모비스가 지주사 역할을 하기 위해선 총수 일가가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 확보를 반드시 해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돼 있지 않은데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분율 확보를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다. 현재 현대건설(000720)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의 38.61%를 보유 중이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1.72%를 소유하고 있다. 이어 △현대글로비스(086280) 11.67% △기아(기아차(000270)) 9.35% △현대모비스(012330) 9.35%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4.68%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예상 시가총액을 10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 회장의 지분은 1조2000억원의 가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기 위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개편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와 이들이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다.

현대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29.99%로 총수 일가가 약 10%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까지 매각하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 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2018년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려고 했지만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에 막혀 철회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신호탄을 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존속과 사업회사로 분할해 존속회사는 존속회사끼리 사업회사는 사업회사끼리 합병하는 방안도 이야기된다. 대주주 일가가 기아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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