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색이 심화되면서 ABS를 단기자금조달에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만기조차 사실상 단기채 수준으로 짧아지고 있다.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하기에 낮은 금리에 장기 발행이 가능한 ABS의 장점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지난달 초부터 지난 25일까지 최근 약 두 달 사이 쏟아진 1년 이하 ABS 물량만 57건, 금액 기준으로 7000억원을 기록했다. 발행금리는 평균적으로 6.5%를 넘겼다. 7~9% 사이 금리를 주고 발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마저도 6개월 이하 단기 물량이 절반이 넘는다. 이달에 발행된 1년 이하 ABS 발행 대금은 3070억원대를 기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최근 발행되는 물량들은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 평균 평가금리)보다 100bp 더 얹어주고 발행하고 있다”며 “실제 시장은 당국에서 보고있는 수준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금조달 구조 단기화는 자금시장이 위태로운 시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아지면 그게 또다시 신용위험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이라며 “이 시장 불안이 가라앉으려면 기준금리 인상이 멈춘다는 확실한 시그널이 나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분간은 정책자금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특별히 더 악화되거나 무너지는 곳 없이 버틸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문제는 지금 정부가 투입하는 유동성 효과가 떨어지는 시기에 벌어질 수 있다. 내년 1분기 중 금리가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때 유동성이 악화될 일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단기 유동성 악화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에서는 이날 재차 추가 대책을 제시한 상황이다. 정부는 5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추가 캐피털콜을 실시하고,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6조원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더해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연이은 정책 지원에도 당분간 가시적인 지표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지표가 풀리지 않으니 조급하게 정책을 쏟아내는 듯하다. 그런데 지금은 정책 자금을 연이어 쏟아내도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려운 시기”라며 “분명 효과는 있다. 금리 하향이 아니라 상승 속도를 잡아주는 정도로만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