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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만에 아들 사망보험금 타러온 친모, 또 승소

이준혁 기자I 2023.08.31 20:02:14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54년 동안 연락을 끊고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다가 아들이 사망하자 보험금을 챙기려고 나타난 80대 친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부산고법 민사2-1부는 31일 친모 A씨가 실종된 아들 김종안씨의 누나이자 딸인 김종선(61)씨를 상대로 제기한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에서 김종선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인 A씨가 아들의 실종에 따른 행방불명 급여와 유족급여 등에 대한 수급권자임을 주장하는 게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어 “아들을 양육하지 않은 책임이 오로지 원고에게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가 가출한 후 아들이 불우한 환경에서 어렵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행방불명 급여를 원고가 아닌 친누나에게 귀속해야 할 특별한 사정을 기록상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A씨는 1심에서 ‘아들 사망보험금을 받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아낸 데 이어 이날 항소심에서도 B씨의 사망보험금 상속권을 인정받게 됐다.

2년여 전 거제도 앞바다에서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씨가 지난 6월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려고 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앞서 수협이 법원에 공탁한 김종안씨의 사망보험금 2억 3780여만원에 대한 청구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김종안씨가 2021년 어선을 타다 실종된 이후 사망보험금과 합의금 등 3억원의 보상금이 나오자 54년 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민법 상속 규정상 보상금 전액을 1순위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일 재판부가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사망보험금 중 1억원을 김종선씨에게 지급하라는 중재안도 거부했다.

이날 선고 직후 김종선씨는 “너무 참담하다. 우리는 동생 시신을 찾지도 못하고 있는데, 2살 때 동생을 버린 생모를 법원이 인정해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이어 “이번 소송 진행 과정에서 친모 측이 동생의 집과 자산을 본인들 소유로 돌렸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걸 안 날 그 사람들을 다 죽이고 나도 죽으려 했지만, 법을 바꾸려고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은 법적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며 “당연히 대법원까지 갈 것이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선씨는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 동생과 약혼해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자친구의 존재를 증명하는 여러 자료들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인과 사실혼 관계였던 배우자의 1순위 수급권 자격에 대해 “부부로서 동거하였음을 인정할만한 뚜렷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김종안씨가 두 살 무렵일 때 떠나 다른 남성과 재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선씨는 “A씨는 우리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동생이 실종된 지 2년이 넘었는데 자식에 대해 한 번도 묻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종선씨는 이처럼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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