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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대신 '듣는 콘텐츠' 어때요?…블루오션 떠오른 '오디오'

한광범 기자I 2020.06.29 16:09:04

'AI스피커·커넥티드카' 미래기기 적합 콘텐츠로 주목
네이버, 오디오콘텐츠에 '힘'…스타트업·외국계 가세
'유튜브 장악' 영상 콘텐츠 대신 새 시장 선점 의도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라디오와 음원 플랫폼에 국한돼 있던 오디오 콘텐츠가 무한 진화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장르를 확장, 색다른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이며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네이버다. 2017년 1월 자체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인 ‘오디오클립’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2018년 7월 오디오북 서비스를 내놓으며 오디오 콘텐츠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기 시작했다. 전문 성우와 함께 배우 등 다양한 셀럽들을 오디오북의 화자로 참여시키며 기존 오디오북과의 차별화를 둬 이용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배우 이제훈은 지난해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출시한 ‘노르웨이의 숲’ 오디오북의 스페셜 낭독자로 참여했다. (사진=네이버)
오디오북의 성공을 통해 오디오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한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장르의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예능과 드라마를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8일엔 국내 최초로 ‘귀로 듣는 시네마’를 콘셉트로 한 오디오시네마 3편 △‘두근두근두근거려’ △‘그대 곁에 잠들다’ △‘남과 여’를 공개했다.

유명 배우 참여 ‘오디오시네마’, 1주일만에 조회수 70만

이미 드라마를 통해 웹툰·웹소설 IP를 활용한 2차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네이버는 오디오시네마에 국내 유명 배우들과 음악감독 등을 참여시키며 수준 높은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였다. 이렇게 제작된 3편의 오디오시네마는 공개 1주일 만에 누적 재생수 70만을 돌파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외국계 기업들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8년 설립된 강연 전문기업 ‘인플루엔셜’은 2018년 오디오 플랫폼 ‘윌라’를 내놓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오디오북과 함께 다양한 강의 콘텐츠를 앞세운 윌라는 출시 2년 만에 다운로드수 80만, 가입자수 51만명을 기록했다. 월정액을 통해 무제한 콘텐츠 청취가 가능한 상품을 내놓은 윌라는 35~54세 이용자 비율이 70%에 육박하고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오디오 플랫폼기업 ‘스토리텔’도 지난해 2월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던 스토리텔은 ‘창비’, ‘문학과지성사’, ‘길벗’ 등 국내 주요 출판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들이 보유한 도서에 대해 오디오북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기업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영어 콘텐츠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오디오 플랫폼 ‘윌라’는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인플루엔셜)
개인방송에 주력해온 오디오 플랫폼 ‘팟빵’도 최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1400여편의 오디오북을 출시한 가운데, 다음 달엔 색다른 오디오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프로파일러들이 직접 들려주는 범죄심리 분석 교양 프로그램인 ‘검은밤’ 시즌2, 오디오 드라마 ‘공시생’이 다음 달 공개를 앞두는 등 현재 20여편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 오디오 콘텐츠 확산 ‘날개’

IT 업계에선 오디오 콘텐츠가 AI스피커와 커넥티드카 등에서 더 활용도가 높은 만큼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오디오 콘텐츠가 미래 기기 플랫폼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 콘텐츠라고 보고 있어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문화 확산도 오디오 콘텐츠 이용을 높이고 있다. 실제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지난달 청취자수와 연재 채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배나 성장했다. 스토리텔의 경우도 6월 국내 이용자 수가 지난 1분기 대비 3.5배 증가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이 같은 오디오 콘텐츠 강화가 날로 거세지는 유튜브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영상 콘텐츠에서 유튜브를 따라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통해 유튜브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한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유튜브는 이미 10년 넘게 전 세계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이용해왔다. 보유 콘텐츠는 물론, 앞으로 쌓이는 콘텐츠 양도 다른 플랫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영상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새로 부각되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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