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통 부족한 우주청·우주로드맵 발표가 아쉽다

강민구 기자I 2022.11.28 17:42:06

윤석열 대통령,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발표
달·화성 청사진 제시..과정 놓고는 아쉽다는 지적
우주청 위상 한계..필요 없는 논란 부추겨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우주에 비전이 있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다.”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사진=이데일리)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달과 화성을 가기 위한 로켓 개발부터 착륙기술 개발 등 우주경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 세계 강국들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우주경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현장 연구자들과 취재 기자들에서는 ‘과정’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주는 과학기술에서도 장기적이고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분야인데, 이번 로드맵 발표 과정에서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과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발표 시기와 장소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우선 우주경제 로드맵 내용에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계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된 우주경제 테스크포스팀(TF)에서 만든 초안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학연 우주 전문가들을 비롯해 10여명이 참여해 초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로드맵 수립 절차와 과정들이 충분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우주 전문가들이 참여해도 정부가 원하는 흐름에 맞서기 어려웠다는 한계도 있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이 맡게 되면서 위상이 강화됐지만, 우주항공청이 과기정통부 외청 구조에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되며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이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처럼 전략적인 사고를 갖고 접근할 수 없어 기존 사업·개발의 한계를 여전히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 발표를 특정 행사에서 한 전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번 사안을 신중하게 보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중요한 정책 발표를 특정 행사에서 했다는 건 오해를 살만한 일이 다분하다. 차라리 연말까지 기다려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발표나 한국형 달궤도선 ‘다누리’가 달 궤도에 들어가는 시점 등 의미 있는 일정들을 맞춰 국민에게 알렸어야 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향후 5년은 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중요하다. 아르테미스 1호의 유인우주선이 아폴로 13호의 기록을 깨고 나아가고 있고, 민간 기업들이 달을 중심으로 한 우주경제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앞서 미국과 달정거장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도 우주개발에 독자적으로 나서면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우주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달의 자원과 화성의 터전을 선물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의지처럼 이번 사례를 반복하지 않고 소통과 개방에 힘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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