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추겠다’ 尹 약속한 사과…88.2%↑ 역대최고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4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2월(3.1%)에 이어 3월까지 두달 연속 3%대 고물가가 이어진 것이다. 2월 기준 일본(2.8%), 유럽연합(EU)(2.8%), 독일(2.7%)보다 오히려 물가상승률이 높다.
헤드라인 물가지수가 3%대에서 내려오지 못한 것은 사과·배를 포함한 신선과실(과일) 등의 강세가 여전한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는 가격할인 지원으로 사과를 비롯한 과채류 가격을 직접 낮추겠다”고 했으나, 3월 사과는 전년 동월 대비 88.2%, 배도 87.8%나 치솟았다. 사과·배 모두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80년 1월, 1975년 1월 이후 역대 최대치 상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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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전년 대비 25.9%까지 하락하는 등 전체 물가지수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해왔던 석유류도 변했다. 3월 석유류 물가는 2023년 1월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상승률(1.2%)로 전환, 헤드라인 물가를 밀어 올렸다. 이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반영된 탓으로 풀이된다. 석유류의 가중치는 46.6으로 전체 농산물(38.4)을 모두 더한 것보다 커 변동시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다만 정부는 1500억원의 규모의 농축산물 가격 안정자금을 투입한 것이 물가의 추가 상승을 억제했다고 평가했다. 3월 한 달을 순기별(10일)로 보면 정부의 납품단가 지원 이전과 이후의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이)1~2순기까지는 가격이 올랐다가,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 정책으로 3순기에는 하락하는 흐름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잡히지 않는 먹거리 물가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물가 발표 직후 국무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이를 국민이 체감할 때까지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무기한 투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근원물가는 안정세…최상목 “3월, 연간 물가 정점”
정부는 3월을 정점으로 이후 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4월부터는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정책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특이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변동성이 큰 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하락세다. 3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 전월(2.6%) 대비 상승폭이 0.2%포인트 축소됐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가 2.4%까지 떨어진 것은 2021년 11월(2.4%) 이후 28개월 만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근원물가로 불리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도 2.4%로 전월(2.5%)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안정화되면 헤드라인 물가 역시 신속하게 하향 곡선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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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류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지만, 우리나라는 비산유국이라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석유류는 과일보다 더 통제하기 어렵고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과 등 국내산 신선과일 상당수는 올해 7월 햇과일이 출하되기 전까지 근본적인 수급 불안을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