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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전원위원회를 연 결과 국회에 평등법 시안을 참조해 조속히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06년 국무총리에 차별금지법을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인권위 시정안은 2006년 권고안보다 차별 범위를 넓혔다. 인권위는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 등과 함께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를 차별 범위에 추가했다.
인권위는 시정안에 차별사유 21개를 규정했다. 차별사유는 성별과 장애, 병력뿐만 아니라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오래 전부터 논의돼 왔으나 성소수자를 부정하는 기독교 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여러 번 무산되기도 했다.
이날 인권위의 의견 표명에 인권운동단체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1대 개원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한 움직임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며 “지난 2006년 인권위가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7가지 사유를 삭제한 누더기 법안을 발의했고 결국 제정이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도 “시안은 평등법은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해 21개 사유를 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에 대한 구제조치, 악의적 차별에 대한 손해배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사회 전반의 평등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필수적인 내용이다”고 강조했다.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정치화된 차별과 혐오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과도 같은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국민들에게 여실히 드러났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국민인식조사에서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는 결과는 차별과 혐오가 아닌 평등과 인권, 다양성의 가치를 향한 시대적 흐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인권위의 평등법 권고가 군대 내 모든 차별이 철폐되는 새 걸음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실제 차별 상황에 대한 계속되는 시정 권고야말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장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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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독교 성향 일부 단체와 시민들은 평등법에 항의하며 이날 인권위 사무소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은 “인권위가 자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며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는 이들은 동성애자, 난민 등이 소수라는 보호하고 특혜를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국교회 반동성애 교단연합 발족 모임’(가칭)을 만들어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회견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한예정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기독교 교리와 충돌해 동성애에 대한 반대의견을 냈을 때 형법을 적용받을 수도 있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며 “차별행위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도 일방적 특혜며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최초 도입하는 것은 위법 우려도 있다”는 입장을 말했다.
인권위는 종교계 일부의 우려가 평등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평등법 시안은 고용·재화와 용역 등 일부 영역에 적용되고, 차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일각의 주장처럼 특정한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장려하는 법률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의 동등한 주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어 “입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분명 있으나 우리 사회 차별이 존재하는 한 평등법 제정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그런 점을 호소하고 공감대를 넓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