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리는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제대로 이뤄지려면

이용성 기자I 2022.11.24 16:57:53

여야, 先예산안 처리 조건으로 국정조사 합의
유족들 ‘반발’…“희생자를 협상 도구로 이용해”
전문가, 특수본 수사와 중복 ‘우려’…“이른 감 있어”
“정쟁 멈추고 국정조사 목적 분명히 해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여야의 합의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닻이 올랐다. 국회는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고 45일간 국정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중간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국정조사가 정치적 셈법으로 이뤄졌단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정조사가 정쟁의 장이 아닌 진실규명을 위한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회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우상호 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족들 “희생자를 협상도구 이용” 반발

24일 국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애초 여당은 특수본 수사를 지켜본 뒤 미진한 부분이 있을 경우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야3당의 국정조사 협공에 예산안 처리 등 현실적인 상황과 전략적 셈법으로 여당이 입장을 선회했다.

유족 측은 참사 희생자들을 여야 협상도구로 이용했다며 반발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故) 이지한씨와 송채림씨의 유족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어떻게 협상 도구로 이용할 수 있는지, 희생자를 협상도구로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희생자 가족이 느끼는 슬픔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당략을 위해서 그 무엇도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과연 올바른 처사일까 답답하다”고 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국정조사와 특수본 수사의 범위가 중복돼 특수본 수사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월호 참사특별수사단의 수사 당시 유가족을 대리한 류하경 변호사는 “국정조사 때 증인, 참고인들이 특수본 수사 중이라는 핑계로 답변을 회피할 수도 있고, 특수본은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특수본의 중간 수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수본에서 여러 자료를 수집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데 수사의 효율적인 관점에서 기초적인 사실관계 등 수사를 하고,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이후에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곽 교수는 “국정조사는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된 것 같고, 지금은 조금 이른 감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정조사에 유족 참여시켜야”

우려 속에 ‘이태원 참사 특위’는 이날 오후 국정조사 계획서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현실화한 국정조사가 실질적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희생자 유족들의 참여 속에 진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류 변호사는 “참사 희생자 유족들을 방관자 아닌 참여자로 포함해야 한다”며 “국회는 유족들과 협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국정조사 준비 등 과정에서 직접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역사적으로 우리의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국정조사는) 정치적 공격을 하는 소재로 이용됐다”며 “정쟁을 멈추고 특수본 수사는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에 맞게끔 수사를 하고, 국정조사는 어떤 시스템이 마비돼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것으로 범위나 목적을 분명히 다르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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