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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래 최저 임박…日 돈풀기에 역사적 '엔저'

김정남 기자I 2023.11.13 17:14:26

달러·엔 환율 152엔 임박…1990년 이후 최고치 근접
美 금리·달러 오르자 역사적 엔저…日 돈풀기 여파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달러·엔 환율이 또 연고점을 경신했다.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지난 1990년 이후 33년 만의 최저치까지 임박했다.

13일 마켓포인트,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51.80엔까지 상승했다(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지난달 31일 기록한 연고점을 불과 9거래일 만에 다시 깼다. 달러·엔 환율이 152엔에 육박했던 지난해 10월 말 당시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다. 더 나아가 152엔을 돌파할 경우 1990년 이후 33년 만의 최고치로 오르게 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제공)


지속적인 엔화 약세는 미국 영향이 크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재정건전성 위험이 커졌고, 미국 국채금리는 상승 압력(가격 하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4.668%까지 뛰었다. 달러화 가치까지 덩달아 튀고 있다. HSBC의 레니 진 FX 전략가는 “달러화는 계속 강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 역시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에 따르면 이번달 1년 기대인플레는 4.4%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다. 5년 기대인플레는 3.2%로 12년 만의 최고로 급등했다. CNN은 “장기 기대인플레가 뛰면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억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연준 긴축을 길어지게 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 통화당국은 ‘돈 풀기 중단은 없다’는 비둘기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최근 한 연설에서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1%를 급격하게 넘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국채금리가 1%를 크게 넘을 경우 해당 국채를 매입하는 식의 개입을 통해 금리를 떨어뜨릴(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의미다.

액션 포렉스 등 시장 매체들은 “역사적인 엔저를 맞아 일본 당국의 반응에 이목이 쏠린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엔화의 추가 하락 쪽에 더 기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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