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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찔끔'…기관은 2조 던졌다

김보겸 기자I 2024.04.30 17:04:35

삼성전자, 1년 만의 흑자전환에도 1% 상승 그쳐
9만전자 넘봤지만…여전히 7만전자에서 횡보 중
호실적 선반영·글로벌 반도체 기업 실적 부진 영향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5분기 만의 흑자전환에도 삼성전자(005930)의 주가는 ‘찔끔’ 오르는데 그쳤다. 삼성전자가 이미 실적 관련 추정치를 발표해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됐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으며 산업 자체에 대한 기대조차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데일리 DB)


30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04%(800원) 오른 7만7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장 전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영업이익 1조9100억원을 기록, 흑자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적자 탈출은 5개 분기 만의 성과다.

그러나 호실적 발표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승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날 1.04% 상승했지만 지난 8일 기록한 52주 신고가 8만6000원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은 상태다. 8만전자를 넘어서자마자 내리막길을 탄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신고가 대비 10%가량 낮다.

증권가에서는 기관 매도세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달 들어 기관은 코스피에서 3조3285억원을 팔아치웠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만 2조837억원에 달한다. 이는 기관 순매도 2위인 HD현대일렉트릭(267260)(2629억원)의 약 7배 가까이 되는 규모다. 9만전자를 넘보던 삼성전자 주가는 4월에만 5.49% 하락하며 7만원대로 복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실적 추정치를 미리 발표한 만큼 1분기에 기록한 호실적이 주가를 강하게 끌어올릴 요인은 되지 못했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동결이 예상되며 반도체주에 대한 우려로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황 자체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의 실적 부진에 이어 TSMC와 메타, 인텔 등 투심에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시장 기대와 동떨어진 성적표를 내놓으면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실적시즌을 지나며 빅테크 기업들이 AI와 클라우드 투자를 이어갈 의사를 밝혔음에도 AI나 반도체에 대한 기대가 다소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최근 애플에 뺏긴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다시 탈환한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기대도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대를 하회한 9661만대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3월에 비해선 증가세에 있고 유럽의 수요 회복 조짐은 고무적”이라며 “중국의 회복세와 미국의 수요 회복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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