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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현대중, 2차전…법리논쟁으로 번진 7.8조원 함정사업

김관용 기자I 2024.03.07 18:01:19

방사청, 부정당제재 않기로 결정한 후에도 대립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임원 가담 두고 설전
현중 "사법부·방사청 심의 통해 종결된 사안"
한화 "임원 개입 여부 충분히 의심할 수 있어"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화오션(042660)HD현대중공업(329180)의 특수선 사업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과거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부정당제재 조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 양사가 법리 논쟁을 펴며 치열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배포한 내용에 대해 7일 조목조목 반박했다. 핵심은 방위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드러나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은 이를 ‘끝난 사안’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입장자료를 통해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임원들에 대해 수사 및 기소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법부에서는 임원들의 개입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가 없다”면서 “직원들에 대한 판결문만으로도 임원의 개입 여부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고, 군에서 공개한 수사기록에 의하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의심을 거둘 수 없을 정도”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해당 판결문 등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서버 관리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들과 함께 압수수색 및 보안감사 대응 매뉴얼까지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출장복명서에도 군사기밀 탈취 내용이 기재돼 있다. 임원 보고나 결재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HD현대중공업의 출장 시 출장 관리 시스템에 계획 및 결과를 등록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프로세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화오션은 “입찰절차 진행 전에 군이나 방사청 사무실에 방문을 하고, 입찰 예정인 사업에 대한 군사기밀, 또는 다른 회사가 수행한 결과물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열람하고 이를 촬영해 취득해 와서 보고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보안 서버 도입이 정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화오션은 “보안서버를 도입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방첩사령부에 알리지 않고 보안서버를 운용하면서 보안서버의 접속을 끊었다 연결했다 하며 보안감사를 피하면서 훔쳐온 비밀을 업로드해 놓고 사용한 것이 문제”라고 일갈했다.

양측 간 법률 해석을 놓고도 첨예하다. HD현대중공업은 국가계약법에서 정하고 있는 제척기간 5년에 대해 2010년 1월 1일부터 2015년 11월 10일까지로 국가계약법상 제척기간 5년을 이미 경과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화오션은 2018년 현대중공업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부터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보안사고 관련 수사진행에 대해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2024년이 되도록 계약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등의 후속조치 시도가 없다가 이제와서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한 것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은 “이번 사안은 국가계약법 위반이 아니라 방위사업법(청렴서약위반) 위반이 메인 이슈”라면서 “청렴서약 위반은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고, 임원 또는 대표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방사청 판단은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시 임원에 대한 고발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4일 7조원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두고 방사청의 결정으로 HD현대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자 경찰청 국가수시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해군의 6000t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개념 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바 있다.

그런데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12~2015년 약 3년간 차기 구축함 사업 등과 관련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 이들은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방사청은 지난달 27일 계약심의회를 열어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에 면죄부를 줬다.

2023년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HD현대중공업이 울산급 호위함과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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