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에 소비마저 얼어붙어…화학업, '한겨울' 지속

함정선 기자I 2022.07.05 16:41:29

고유가, 고환율에 원재료 부담 커지며 실적 부진
고금리, 고물가에 소비 위축 더해 실적 개선 요원
주요 수요처인 中 봉쇄 풀렸지만 공급망 회복 ''아직''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화학업계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이른바 3고(高) 시대 직격탄를 맞고 있다. 이미 1분기 고유가와 고환율 등으로 높아진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는데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 여파에 당분간 실적을 개선할 기회를 찾기도 쉽지 않아진 탓이다.

화학업계의 핵심 원재료로 손꼽히는 나프타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요 수출국인 중국은 코로나19에 따른 도시 봉쇄를 해제하기는 했으나 공급망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5일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톤(t)당 811.8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t당 1000달러를 넘는 고점을 찍고 내려왔지만 지난해 t당 600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기업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게다가 나프타 가격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나프타의 재료가 되는 원유 공급이 안 그래도 부족한 상황에서 드라이빙 시즌 등이 도래하면 휘발유 생산은 늘고 나프타 생산이 감소하며 나프타 수급이 부족해질 수 있어서다. 그나마 중국이 도시 봉쇄 해제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공급망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6월 말까지 지방 특수채를 발행해 9월 말까지 사용할 것을 권고함에 따라 3분기 건설,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며 폴리우레탄, PVC와 같은 화학제품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9월까지 한시적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요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이 더 우세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소비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점이 화학업계에는 악재라는 지적이다. 화학제품은 가전제품부터 자동차, 생활용품, 건설 현장 등 대부분 산업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전방 산업과 소비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 화학업계에도 타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화학업체들의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그나마 첨단소재나 상대적으로 원가 판가 전이가 쉬운 ‘스페셜티(고부가 가치)’ 제품의 비중이 큰 기업들은 이익 하락 폭을 줄일 수 있는 수준이다.

나프타 가격 추이(트레이딩이코노믹스)
스페셜티 제품의 비중이 큰 LG화학(051910)은 화학업체 중 가장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과 첨단소재 제품이 화학제품의 부진을 보완할 수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fn)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959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8.13% 감소한 수치다.

롯데케미칼(011170)은 범용 폴리며 비중이 높아 저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소와 배터리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신사업에서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서다. fn가이드가 제시한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88.95% 감소한 656억원이다.

금호석유화학(011780) 역시 수요 부진 영향으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53.74% 감소한 348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산업 수요의 강도가 석유화학 시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며 “주요 소비국인 미국과 유럽의 소비심리가 둔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석유화학 시황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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