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무너지면 다 죽는다"…컬리 IPO 주시하는 이유

김예린 기자I 2022.05.19 16:34:40

공모시장 투심 땅바닥…IPO 후발주자들 고민 산더미
"금리인상에 미래 성장 디스카운트, 옥석가리기 본격화"
적자지만 거래액 늘리며 몸값 띄웠던 플랫폼들 적신호
손바뀜 딜 및 투자사-피투자기업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투자자들은 비가 오면 우산을 걷어간다.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으로 미래 성장에 디스카운트가 걸리기 시작했다. 유동 물량이 줄어든 만큼 선별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고, 결국 벤처기업들과 벤처캐피탈(VC)들이 기절할 만큼 힘든 시기를 겪는 등 시장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

국내 한 VC 고위 임원이 전한 최근 벤처투자업계 분위기다. 작년이었다면 탈 없이 증시에 입성했을 엑시트 기대주들이 올해 확 꺾인 시장 분위기에 IPO를 미루고, 자금을 댄 투자자들도 자금 회수 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탓이다. 조만간 IPO를 앞둔 성장주 중심으로 충격을 받으면서, 지난해 ‘제2 벤처투자붐’과는 정반대의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켓컬리 소개 동영상 갈무리. 사진=마켓컬리 누리집 갈무리
◇“컬리 너만은…” 증시 조정기 첫 타깃은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상장 대기 중이거나 프리 IPO 단계 기업은 물론 VC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법무법인, 회계법인까지 컬리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컬리는 수익성보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최초’라는 혁신 타이틀, 거래액 증가세로 밸류를 끌어올린 대표적인 성장주란 점에서 올해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는 얘기다. 컬리의 증시 입성 여부에 따라 상장 대기 기업들은 물론 초기기업에까지 어마어마한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VC업계 한 심사역은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긴 어렵겠지만 어떻게든 상장하지 않겠느냐. 안 되면 이후 어마어마한 여파가 미칠 것”이라며 “뒤에 플랫폼들도 다 상장 못한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실제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봉쇄, 상장사들 주가 하락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국내외 VC마다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엑시트 창구인 상장심사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수익성 이슈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명에너지,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IPO 대어들이 잇달아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달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쏘카는 물론 미국 증시를 노리는 야놀자 등 상장 후발주자들마다 부정론에 직면하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쏘카는 피어그룹 롯데렌탈이 IPO 자체는 잘 됐으나 이후 주가가 너무 좋지 않았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차량공유와 렌탈의 차이도 초단기냐 단기냐에 그쳐 혁신이라기엔 애매하고 수익성도 장기 렌탈보다 떨어진다”며 “야놀자의 경우 지나치게 높은 밸류로 지난해 비전펀드 투자를 받았는데, 미국 주식시장에서 구글 등 빅테크들 주가가 반토박나고 있어 쉽지 않다”고 봤다.

◇바이오 투심 꺼졌다…다른 섹터로 선회

특히 바이오의 경우 투심이 바닥을 뚫고 가라앉았다. VC들이 투자 방향을 바이오에서 바이오헬스케어나 소재·부품·장비 분야로 전환하는 이유다. 루닛과 쓰리빌리언, 샤폐론 등이 까다로운 기술상장특례를 통과할 올해 IPO 기대주로 꼽히지만, 저마다 밸류에이션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다. 보로노이는 수요예측 부진으로 공모를 철회했다가 최근 공모가를 낮춰 재도전했다. 쪼개기 상장 이슈나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상장을 연기하거나 보로노이처럼 가격을 낮춰 도전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이란 의견이 많다.

작년까지만 해도 바이오 투자에 공들여온 VC 한 심사역은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 최근 상장한 곳들을 보면 마지막 프리 IPO 때의 단가와 별 차이가 없다. IPO로 잠깐 올라가다가 다시 떨어지고, 바이오들은 실적이 없으니 더 빨리 떨어진다”며 “일부 포트폴리오는 상장 시기가 다가왔어도 일단 계속 지분을 보유하면서 1~2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직방과 왓챠 등 이익은 나지 않으나 고밸류인 프리IPO 단계 기업들의 투자 유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과거에는 상장 흥행에 기대하며 투자했다면 지금은 이런 기대감조차 희박해진 탓이다. 그나마 영향을 덜 받는 초기투자 전문 VC들도 스타트업들을 향해 펀딩 시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을 제안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흑자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이 아닌, 실제 수익성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 투자시장업계 중론이 됐다.

◇“IPO 해도 안 해도 문제, 손바뀜 빈번할 듯”

IPO 시장의 타격은 벤처기업뿐 아니라 VC와 PE 등 투자사에도 중대한 사안이다. 올해나 내년 혹은 이미 작년에 적격 IPO 시한이 도래한 회사들을 포트폴리오로 둔 경우 어떻게 엑시트할 것이냐는 질문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보유 주식을 최대주주에 매각하거나, 드래그얼롱(동반매각요청권)을 행사해 최대주주 경영권까지 끌어와서 경영권 프리미엄 얹어 매각하는 방식의 엑시트 시도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에는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법무법인 IPO 자문 담당 변호사는 “자기가 투자했던 밸류보다도 더 낮게 공모가가 형성되면 IPO를 할 이유도 없고 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가진 보유 지분을 세컨더리로 팔아넘기는 손바뀜 딜이 왕왕 일어날 것”이라며 “풋옵션이나 드래그얼롱 행사를 시도하는 투자자들과 시장 침체를 탓하며 반발하는 창업자들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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