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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전망까지…정유사도 실적 회복할까

경계영 기자I 2021.06.24 16:10:06

유가 상승세에 재고 평가이익 전망
수익 지표 정제마진, 손익분기점 하회
수요도 아직 코로나19 수준 회복 못해
OPEC 등 "하반기 점차 수요 정상화 전망"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지만 정유사는 마냥 웃진 못하고 있다. 당장 보유한 원유 가치가 높아져 재고자산 평가이익을 보겠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수요가 회복되진 않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실제 수요 회복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에쓰오일(S-OIL)의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사진=S-OIL)


국제유가, 2년여 만에 최고…재고평가익 기대

2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23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73.43달러로 2019년 4월26일 73.45달러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에 비해서도 39.9% 오른 수준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을 줄인 데 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어 국제유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100달러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유가 상승은 재고 평가이익으로 이어지다 보니 정유사 실적엔 단기적으로 긍정적이다. 지난 1분기 SK이노베이션(096770) 석유사업과 에쓰오일(S-OIL(010950))의 영업이익은 각각 4161억원, 6292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3156억원, 2850억원이 재고 평가이익이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재고 평가이익이 영업이익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

2분기 역시 재고 평가이익이 정유사 실적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1분기 평균 60.0달러에서 2분기 현재 66달러대로 상승했다. 유가 상승세와 함께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상향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내다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각각 3590억원, 3726억원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뚜렷한 수요 회복 ‘아직’

정유사의 걱정거리는 정제마진과 판매량이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6월 셋째 주 배럴당 1.2달러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반비 등을 뺀 값으로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는데도 제품 가격 상승 폭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였다. 업계는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을 4달러 안팎으로 본다.

수요도 아직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석유제품 수요는 올해 1~5월 월 평균 7552만배럴로 지난해 7310만배럴보다 늘긴 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790만배럴을 밑돌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비행기에 공급되는 항공유나 공장을 가동하는 데 쓰는 경유 등 실수요가 크게 증가하진 않았다”며 “원유 가격은 회복 기대에 상승했지만 실수요에 연동되는 제품 가격이 올라가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OPEC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세계 원유 하루 평균 수요가 지난해 9063만배럴에서 올해 1분기 9293만배럴→2분기 9526만배럴→3분기 9818만배럴→4분기 9982만배럴로 증가해 2019년 9997만배럴 수준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17일 항공 부문의 회복이 가장 더딜 것이라면서도 세계 석유 일평균 수요가 올해 540만배럴, 내년 310만배럴 각각 증가해 내년 말이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돌지만 수요 개선에 따른 업황 회복 방향성은 분명하다”며 “석유산업에서의 설비투자(CAPEX)가 위축되고 노후 설비가 폐쇄된 데 비해 수요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하반기 정상화하고 호황기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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