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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발 신용 리스크…아태 국가 '격동의 시기'

권소현 기자I 2022.07.14 17:18:24

S&P "경기전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불확실"
물가 급등으로 정치적·사회적 안정 위협
주요 수출대상국인 선진국 경기침체 가능성도 부담
다만 완충력 보유…아태 20개국 등급전망 '안정적'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견고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유례없는 격동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플레이션으로 정치적, 경제적 불안이 높아지고 있고 금융시장까지 요동을 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국민들이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총리 사임을 요구하며 총리 관저를 점거해 시위를 하고 있다. 위크레마싱헤 총리는 몰디브로 도망간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사진=AP]
S&P글로벌레이팅스는 14일 ‘2022년 중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동향: 격랑 속 회복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아태지역 국가들의 경기 전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태지역에 누적된 부담이 결국 터진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4월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를 꼽았다. 아태지역 국가 중에서 외화부채를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국가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스리랑카는 내전 종식 이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성장해오던 국가였지만, 2019년 종교적 갈등으로 인한 부활절 동시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서 경제성장률도 급격하게 꺾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주요 산업이었던 관광산업의 기여도가 뚝 떨어졌던 것이다. 게다가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감세정책을 내세우면서 국고는 비어갔고 외환보유액도 줄었다.

제조업 기반이 없는 만큼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품목을 수입에 의존했는데 외화가 부족하니 수입을 하지 못해 물가는 치솟았고, 코로나19 펜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은 가중됐다.

스리랑카 정부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5% 이상으로 확대된 가운데 올 들어 대외금융 여건이 악화하고 외환보유액이 바닥나자 급기야 일시적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것이다. 경제파탄에 따른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최근 사임의사를 밝히고 몰디브로 도피한 상태다.

김엥 탄 S&P글로벌레이팅스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신용 리스크가 진정되고 있었는데 최근 스리랑카 사태가 새로운 신용 리스크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품과 에너지 가격 급등은 여러 국가에서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아태지역 많은 국가들이 보조금을 늘리고 식품과 관련 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선진국 경기침체 우려도 아태지역 국가에는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탄 애널리스트는 “대외 자금조달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물가상승률이 높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아시아 국가의 주요 수출시장인 선진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S&P글로벌레이팅스는 이 같은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에도 아태지역 국가 신용등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팬데믹 시기 유동성 풀기로 얻은 것이 있고, 등급 완충력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S&P는 6월 말 기준 아태지역 21개 국가 중 20개국에 ‘안정적’ 등급전망을 제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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