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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취소' 결정…"한정위헌 부인한 법원, 재판청구권 침해"

성주원 기자I 2022.07.21 16:03:12

헌재, 역대 세번째 '재판취소' 결정
"한정위헌 기속력 부인, 헌법에 위배"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역대 세번째 ‘재판취소’를 결정했다. 지난달 역대 두번째로 법원의 재판 취소를 결정한 지 한달만이다.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으로 헌재와 대법원 간 갈등이 다시 불붙을 지 주목된다.

헌재는 21일 GS칼텍스와 롯데DF리테일(구 AK리테일), KSS해운(044450)이 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 결정을 선고했다.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대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한 법원의 재판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한정위헌결정도 일부위헌결정으로서 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기속력이 인정된다”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위헌결정 이전에 확정된 과세처분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과세처분이 취소될 여지가 없다”며 “따라서 과세처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헌재가 취소를 결정한 3건의 재판에는 모두 합쳐 800억원이 넘는 세금이 걸려있다.

청구인인 GS칼텍스는 개정 전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법인세 등을 신고·납부해왔다. 그러나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한 기간인 2003년말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않으면서 역삼세무서가 법인세와 자산재평가세를 다시 계산해 약 70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GS칼텍스는 법 개정 과정에서 이전 부칙 조항의 효력 여부를 놓고 다투며 세금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항소심에서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이후 GS칼텍스는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고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자 GS칼텍스는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GS칼텍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등 포함해 과세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헌재가 앞선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롯데DF리테일(구 AK리테일)과 KSS해운 역시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받은 뒤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롯데DF리테일(구 AK리테일)과 KSS해운에는 각각 104억원, 65억원의 세금이 걸려있는 사건이다.

다만 헌재의 재판취소 결정은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지난달 헌재의 역대 두번째 ‘재판취소’ 결정 이후 일주일만에 입장문을 내고 “한정위헌결정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가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으며, 그 결과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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