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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中기업에 칼 빼든 美정부…"회계 불투명하면 퇴출"

김보겸 기자I 2020.08.07 17:50:21

美재무부, 中기업 회계감사 강화안 제출
"그간 규제 칼날 피해…상장폐지도 검토"
'중국 때리기'에 미국 여야도 한 목소리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 지난 2018년 나스닥에 상장된 아이치이에 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정부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칼을 빼들었다. 앞으로 미국 감사기관에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그동안 중국 기업이 미국 규제당국의 칼날을 피하는 ‘특혜’를 누려온 데 따른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진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 등은 6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회계감사 자료를 규제당국에 공개하지 않은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권고가 실행되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은 2022년 1월까지 회계감사 자료를 미국 규제당국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제출해야 한다. 새로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들은 기업공개 절차에서부터 회계자료를 내야 한다. 미 재무부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다른 기업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시장 상장하며 중국법 적용해와

미 정부가 칼을 빼든 배경에는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재무감사를 받지 않고 상장해 왔다는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 2013년 체결한 ‘강제집행 협력 합의’에 따른 것이다. 회계감사 절차를 두고 중국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은 PCAOB 요청에 따라 회계감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를 면제받았다. 중국 기업이 해외 증권감독 기관의 요구를 따르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자국 법에 따른 것이다.

합의에 따라 PCAOB는 감사가 필요한 중국 기업의 자료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를 통해 간접적으로 건네받아 왔다. 하지만 CSRC가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나스닥에 화려하게 데뷔한 중국 루이싱커피의 매출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초 나스닥에 상장한 루이싱커피는 작년 2~4분기 매출액을 약 22억위안(한화 약 3744억원) 부풀리는 등 회계부정을 인정해 지난 6월 나스닥에서 상장이 폐지됐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 역시도 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수천억원대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지난 6월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된 루이싱커피 (사진=AFP)
‘중국 때리기’에는 의회도 한목소리

사사건건 싸우던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도 중국 때리기에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5월 미국 상원은 만장일치로 ‘외국 지주회사 책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과 크리슨 반 홀렌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핵심은 미국 감사 및 규정 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은 미국 거래소에 주식상장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증시에 상장됐지만 미국 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들로부터 미국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한 지 6일만에 이같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중국기업을 퇴출하기 위한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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