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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혼 금지 '합헌'…위반시 혼인무효 규정은 '헌법불합치'

성주원 기자I 2022.10.27 15:09:48

헌재, 민법 809조 1항·815조 2호의 위헌성 판단
"근친혼은 혈족 해체 초래 등 가족내 혼란 야기"
"일률적 무효 인정하면 당사자·자녀에 가혹"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할 수 없도록 하는 민법 제809조 제1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다만 ‘민법 제809조 1항을 위반한 혼인을 무효로 한다’는 민법 제815조 제2호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혼소송 당사자인 A씨가 민법 809조 1항 및 815조 2호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일부 받아들여 815조 2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809조 1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민법 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1항은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815조(혼인의 무효)에서는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고 하면서 2호 ‘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로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은 5대 4의 의견으로 “민법 809조 1항은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가까운 혈족 사이의 혼인(근친혼)의 경우 혈족간 서열이나 영향력의 작용을 통해 개인의 자유로운 혼인 의사의 형성 등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고 성(性)적 갈등·착취 관계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혈족간 신분관계를 변경시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편적으로 금기시되는 근친상간은 가까운 혈족의 해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봤다. 이에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의 법률상 혼인을 금지한 것은 근친혼의 발생을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809조 1항을 위반(근친혼)한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하는 815조 2호에 대해서는 “이미 근친혼이 이뤄져 가족 내 신뢰와 협력에 대한 기대가 발생한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그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키면 가족제도의 기능 유지라는 본래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우리나라에는 서로 8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신분공시제도가 없다”며 “서로 8촌 이내의 혈족임을 우연한 사정에 의해 사후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언제든지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당사자나 그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8촌 이내 혼인은 무효가 된다는 민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 무효화하면 벌어질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입법부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4년 12월31일 이후 효력을 잃게 된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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