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하이트진로 점거 일주일…“손배부터 재논의” vs “완전 면책은 안돼”

최정훈 기자I 2022.08.23 19:40:01

"물리적 충돌· 인명 피해 등 최악 피해야" 한목소리
사태 해결 방식에 대해선 전문가 견해 차이 뚜렷해
“사용자 범위 넓혀야” vs “상생 노사협의회가 우선”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민주노총 소속 하이트진로 운송 화물차 기사들이 서울 강남구 본사 건물 옥상 광고판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인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공권력 투입에 따른 물리적 충돌, 인명 피해 발생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문제 해결 방식에는 견해 차를 보였다.

22일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점거 농성 중인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23일 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손해배상·가압류 관련 문제는 당사자 간의 문제지만, 교섭의 조건으로 삼을 경우 불법행위를 저질러 손해를 끼친 뒤 탕감해달라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이는 쟁의행위에 대한 법치주의 인식 정도가 낮기 때문인데, 늘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우려로 합의를 종용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협상은 포기할 수 없으니 손배 관련 면책 범위나 감경도 교섭 범위에 포함할 수 있지만, 완전한 면책으로 방향을 잡아선 안 될 것”이라면서 “손배를 면책해주는 방식의 협상으로는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정 교수는 “하이트진로와 화물차주가 직접적인 고용관계는 아니지만, 자회사에서 전속적으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본사가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노사 모두 감정이 상해 노조는 점거 농성을 하고 사측은 손배·가압류를 하는 등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문제 해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사측이 먼저 손배·가압류 등에 대한 재논의를 제안하고, 문제의 시작인 운임 관련 논의부터 푸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J대한통운(000120) 택배 파업부터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 파업까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가 원청 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상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 형태가 복잡해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장.(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 교수는 “계속되는 하청 노사관계 관련 사태는 교섭 당사자가 실질적으로 원청이지만 법적으로는 교섭 책임이 없다 보니 발생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논의가 촉발된 만큼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노조법에는 사용자의 범위가 정해져 있는데, 법 제정 당시에는 사내 하청과 특고가 많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그 범위가 근로계약을 맺은 당사자로 한정됐다”며 “지금은 사내 하청이 굉장히 많아진데다, 플랫폼 노동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대책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정 교수는 “사내 하청처럼 사실상 사업에 지배력을 갖고 있는 원청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공동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박 원장은 “사용자 범위 확대로 교섭 당사자가 늘어나면 기본적인 기업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는 곧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노조법 개정보다는 원·하청이 모두 참여하는 상생 노사협의 구조를 만들고, 일상적인 애로· 논의사항 등 쟁점 사안을 사전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하청 근로자가 파업하면 대체근로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미 원청에 대한 쟁의 효과는 충분하다”며 “하청 근로자는 하청업체와 통상의 교섭 구조를 유지하면서 상생 노사협의회를 통해 원청의 역할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