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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쌍용차 노조 손 들어주자…與 “사법부 사망” vs 野 “노란봉투법 실현”

김기덕 기자I 2023.06.15 17:18:17

대법, 쌍용차·현대차 파업 손배소 파기환송
野 “획기적 판결, 노란봉투법 통과 협조해야”
與 “사법부 본연 기능 망각한 편향적 판결”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15일 대법원이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파업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에 대해 노동조합 측의 손을 들어주자 여야가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번 판결은 사실상 야당에서 강행을 예고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비슷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판결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정부·여당이 더 이상 노란봉투법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며 조속한 입법 필요성을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에 힘을 보탰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이 이날 2009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파업과 2010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에 대한 회사 측의 손해배상청구를 각각 파기환송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대법원은 쌍용차지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중 파업복귀자에게 지급한 18억 8200만 원을 회사의 손해액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의 경우, 개별 조합원 대한 손해배상액은 손해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또 쟁의 기간의 고정비가 손배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회에서 노랑봉투법 처리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정의당은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용자 측의 ‘묻지마 손해배상청구’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노동조합법의 특수성에 따라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서 부진정 연대책임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이번 판결이 노랑봉투법과 취지가 동일한 사안이라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노란봉투법을 반대할 명분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이제라도 해당 법에 대한 부당한 비방을 중단하고, 법안 통과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대법원 판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합법파업 보장법이나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법의 취지가 이 판결만으로 온전하게 실현되는 것인지 그 취지로 갈음되는지 법리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판결로 관련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별도의 입법 필요성이 있으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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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법원 판결에 즉각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오늘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사망한 날, 사법부 역사상 씻을 수 없는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이 이제는 법을 해석·적용하는 사법부 본연의 기능을 망각하고 법을 창설하는 입법부 기능까지 자처하고 나섰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사실상 노란봉투법에 담고자 하는 내용을 법원이 먼저 나서 인정한 셈”이라며 “민법에 ‘타인에 손해를 가하면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슬그머니 지워버리고, 판례를 도둑질하듯 변경해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노란봉투법에 명분을 주기 위해 사법부가 기꺼이 ‘정치의 시녀’가 되기로 작정한 것”이라며 “역사는 오늘 ‘사법부를 정치에 팔아넘긴 대법관들’의 이름을 영원히 기록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늘 판결은 민주당이 국회 환노위 소위에서 강행 처리한 법이기에 더욱 신중한 논의가 필요함에도 대법원은 노란봉투법에 힘을 실어주는 편향적인 판결을 내렸다”며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법원이 편향적인 판결을 내리고,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적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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