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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의경’ 전역 석달 만에 부활…“전국에 8000명 배치”(종합)

박기주 기자I 2023.08.23 17:15:33

한덕수 "의무경찰제 재도입 적극 검토"
경찰청, 내년 상반기까지 8천명 배치 예고
단기 효과 OK, 장기적으론 '글쎄'

[이데일리 박기주 이영민 기자] 지난 5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의무경찰(의경)이 다시 부활한다. 잇단 흉악범죄에도 경찰 인력 부족으로 적극적인 치안활동에 나서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경을 재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대책은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절한 대책이 아닐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4월 14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마지막 의무경찰 1142기 합동 전역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이상동기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을 통해 “치안업무를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조직을 재편하여 치안역량을 보강하겠다”며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의 재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7일 마지막 전역자를 배출한 이후 폐지된 의경을 현장에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군 복무 대신에 경찰의 업무 보조 역할을 의경제도는 1982년 제도가 도입됐고, 노무현 정부 시절 병역자원 감소 등을 이유로 전환복무제 폐지 논의가 시작되면서 의경도 폐지 수순을 밟았다. 2018년부터 해마다 20%씩 감축된 끝에 2021년 6월 마지막으로 선발된 의경이 올해 5월 전역하면서 의경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신림·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경찰이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치안활동에 나섰는데도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경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일선 경찰들도 강화된 치안활동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경찰청은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모집인원을 확정하고 선발방법과 지원요건 등 모집절차를 다시 마련할 방침이다. 신속대응팀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배치될 4000명 등 7500∼8000명 정도 규모의 의경을 순차적으로 채용해 운용할 예정이다. 경찰의 계획대로라면 이 같은 의경 배치는 7~9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의무경찰대법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모집 및 운용에 대한 법적 절차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의경이 완전히 폐지된 지 불과 몇 달이 안 됐다”면서도 “최근 국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을 봤을 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상주하는 자원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의경제 부활 검토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경 부활 및 치안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한 입장이다. 김상운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경이 경찰 치안을 보조하기 때문에 집회 시위 때 경비를 서거나 야간 순찰을 도는 식으로 치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성은 낮을 것 같다”며 “문제는 관리직급은 많은데 순경이나 경장 등 하위 계급은 적어 실제로 필드에서 뛰는 인력이 부족하는 것이다. 당장 시민의 치안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당장 범죄 피해가 있으니 (의경을 통해) 감시를 늘리고, 경찰 가시성을 높여서 국민 불안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면서도 “의경을 늘린다고 범죄가 갑자기 줄어들겠나. 두터운 사회복지와 안전망 등 중장기적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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