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NDF 순매수 약해져…환율, 하락 탄력 받을까[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기자I 2022.11.14 14:30:18

홍성국 의원실, 9월 NDF 순매수 18.1억달러로 급감
한은 "9월 중순 이후 역외 NDF 순매도 전환"
달러인덱스 114 찍은 후 하락하자 역외 순매도 전환
원화 실질실효환율 10년 만에 100 밑으로…원화 저평가 인식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원화 저평가 인식에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에만 100원 넘게 급락했다. 원화 실질실효환율이 10년 만에 기준선인 100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에 외국인들도 선물환 시장에서 ‘순매도’로 전환되며 환율 하락에 힘을 보태고 있다. 1310원대로 급락한 환율이 추가 하락할지 관심이다. 다만 변동성이 워낙 큰 만큼 섣불리 환율 수준을 예측하기엔 조심스럽다는 관측이 많다.

(출처: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9월 외국인 NDF 순매수 규모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비거주자(외국인)와 국내 외국환은행과의 NDF(뉴욕차액결제선물환) 거래 현황’에 따르면 9월 역외의 NDF 순매수 규모는 18억1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8월 60억8000만달러 순매수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10월 데이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으나 최근의 환율 흐름을 고려하면 10월엔 역외에서 NDF를 순매도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외국인이 환율의 추가 상승에 베팅해 NDF를 순매수할 경우 국내 외국환은행은 ‘셀앤바이(선물환 매도+현물환 매수)’ 거래를 통해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외국인의 NDF 순매수는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반대로 외국인이 NDF를 순매도하게 되면 이는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인들은 5~7월까지 석 달 내내 NDF를 순매도하다가 넉 달 만인 8월 60억8000만달러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후 9월부턴 순매수 규모를 줄여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9월 전체로 보면 외국인의 NDF 매매 방향은 여전히 순매수이지만 중순 이후로 보면 순매도로 전환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0월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 관련 부서는 역외 NDF 시장에서 한동안 역외 거래자들(외국인)의 달러 순매수세가 이어졌지만 9월 중순 이후에는 달러가 순매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8월 26일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역외 중심으로 9월초까지 NDF가 순매수됐고 NDF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으면서 차익실현하는 매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통상 헤지펀드들이 달러인덱스(DXY)의 움직임에 따라 매수, 매도 포지션을 잡는데 9월 중순 이후 달러인덱스가 114선을 찍고 내려오면서 매도세가 관측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달러인덱스는 9월 26~27일께 114선을 찍은 후 110선 초반선에서 등락하다가 13일(현지시간) 106선까지 급락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달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최종 금리 수준이 9월 회의(4.6% 중간값) 때보다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달러인덱스는 더 오르지 못하고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7.7%를 기록, 시장 예상치(7.9%)보다 하회한 것도 연준의 긴축 우려를 일부 해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NDF시장이 비거주자(외국인)의 투기 거래로 환율 변동성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 동시에 시장 가격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어 해당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주 환율이 100원 넘게 급락하는 동안 NDF환율도 75원 가량 하락해 11일 1350원께 거래됐다. 즉, 환율 하락의 70% 가량은 NDF 환율 하락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출처: 국제결제은행(BIS)


무게 실리는 원화 저평가, 실질실효환율 10년 만에 100 밑으로

달러의 추가 상승이 막힌 가운데 원화가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9월 환율은 6.9% 급등해 2011년 9월(10.4%)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크게 오른 이후 10월 0.4% 하락한 후 이달 들어서만 7.6% 떨어졌다. 특히 11일엔 환율이 60원이나 급락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일엔 달러 반락 외에 환율 고점 인식, 외국인의 주식 투자자금 유입, 중국의 코로나 정책 완화, 외환당국의 수급 안정화 대책 등 국내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며 “아직까지는 변동성이 너무 크지만 원화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9월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전월(100.21)보다 3.02포인트 하락한 97.19로 2012년 9월(99.71) 이후 10년 만에 100 밑으로 하락했다. 2012년 5월(97.11)이후 최저치다. 실질실효환율이 100이하라는 것은 원화 가치가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외환당국도 지난 주 환율 하락을 계기로 추가 환율 하락 안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공무원·군인·사학 등 4대 연기금, 교직원·지방재정·과학기술인·군인·경찰·대한소방 등 7대 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 12개 공적 기관 투자자의 환헤지 비율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환전(달러 매수) 수요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외환시장에 약 400억 달러가 추가 공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도 거듭된 해외 주식 급락으로 인해 해외 순투자를 줄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까지만 해도 해외주식, 채권 투자는 18억달러 순매수에 달했으나 이 규모가 8~9월 2~3억달러대로 줄었다. 11월 들어선 11일까지 2억달러 안팎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변동성이 완화되면 환율 수준을 재전망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과거 전망보다는 레벨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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