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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秋의 지나친 언론 기피증…"공인 의식 외면한 언론 공격"

이연호 기자I 2020.10.16 16:12:04

추미애 법무장관, '뻗치기' 기자에 강한 불쾌감 표현하며 출근 거부 논란
"관음증"·'보안문 설치' 등 언론에 노골적 반감 표현
김근식 "조국 장관도 출근 거부는 하지 않았다" 비판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삼 년 전 일이다.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던 때였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행사에서 축사를 한다는 일정을 파악하고 행사장에서 소위 뻗치기(취재원을 만날 목적으로 무작정 대기하는 것을 가리키는 언론계 은어)를 했다.

보통의 경우 기관장은 자신의 축사 시각에 임박해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 장관은 행사 시작 10여 분 전부터 이미 행사장에 나타났을 뿐 아니라 꽤 큰 규모의 행사장 뒤편까지 수행원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관계자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절호의 기회를 살려 박 장관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이 경우도 대개의 경우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란 답변이 돌아와야 했지만, 박 장관은 달랐다. 예민한 질문일 수도 있었으나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 줬다. 재미난 광경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이를 본 당시 의사협회 회장이 급히 박 장관에게 다가오더니 “가만히 앉아 계시지 뭐하러 돌아다니시고 그럽니까”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줬다. 당시 의협은 문재인 케어를 두고 복지부와 대척점에 서 있던 단체였다. 그러자 박 장관은 당황한 기색 없이 느긋하게 “가만 앉아 있으믄 뭐합니꺼”라며 경상도 사투리로 응대했다. 당시 박 장관의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한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한 통신사 사진기자 때문에 출근을 못하겠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자의 사진까지 올리는 방식으로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추 장관의 언론을 향한 반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새삼스럽진 않다. 그는 “관음 증세”라며 수위 높은 발언을 사용해 언론을 비판하는가 하면, 장관 집무실이 있는 과천 법무부 청사 7층에 보안 문을 새로 설치하며 기자들의 출입을 막기도 했다.

그때마다 논란이 됐다. 더욱이 추 장관이 지난 15일 사진기자의 모습까지 찍어 팔로워(follower)가 6만 명이 넘는 자신의 페북에 공개하며 역공(?)에 나서자 이 같은 그의 행동을 두고 공인(公人) 의식을 외면한 채 언론 공격에만 매몰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는 이날 그동안 언론에 대해 가졌던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마치 흉악범을 대하듯 앞뒤 안 맞는 질문도 퍼부었다”고 반발했다. 이 발언은 마치 흉악범이면 앞뒤 안 맞는 질문을 퍼부어도 된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취임 후 줄곧 ‘검찰 개혁’을 주창하며 ‘국민의 인권 옹호’를 강조한 추 장관의 그동안 입장과도 모순된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북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제발 성질 좀 죽이라”고 일갈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에게 기자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1년 내내 죽치는 것도 아니고 정치 이슈가 생겨서 기자가 집 앞에서 대기하는 것은 이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도 허다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집 앞 기자들 대기에 불편해 했지만 출근 거부는 하지 않았다”는 말로 추 장관을 비판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추 장관은 여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국회 기자들과 함께 이태원에 있던 자신의 딸 식당까지 가서 200여만 원의 정치자금으로 기자들과 식사도 여러 차례 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때는 기자들과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장관은 공인 중의 공인이다. 특히 추 장관은 본인이 만든 여러 논란들로 인해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사인(私人)으로서는 충분히 불편하고 화가 날 수 있어도 공인으로서는 비합리적이고 무리한 취재 활동이 아닌 이상에야 참아야 한다. 그런 자리가 바로 그 장관의 자리다. 검사들과 싸우고, 야당과 싸우며, 언론과 싸우는 추 장관의 다음 상대는 누구인지 궁금하다. 다음은 설마 국민인가.

기자들을 정말 피하고 싶다면 본인 스스로 논란을 안 만들면 된다. 다른 부처 장관들에 비해 유독 본인에게 기자들이 몰리는 이유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장관은 논란을 해결하는 사람이지 스스로 논란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추미애 아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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