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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어 신세계까지…실적악화에 건설사 CEO '칼바람'

오희나 기자I 2024.04.02 16:26:49

부동산 시장 침체에 실적 악화…CEO 교체 잇따라
구원투수 '재무통' 경영 전면에…대규모 조직개편도
"건설업계 먹구름…부동산PF·수익성 관리 선제 대응"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DL이앤씨에 이어 신세계건설까지 국내 주요 건설사들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감이 높은 데다 영업이익률 하락에 직면하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최고경영자(CEO)교체가 잇따르고 있다. 후임에는 주로 재무통인 그룹내 관리형 리더가 선임되는 모양새다.

허병훈 ㈜신세계건설 건설부문 대표이사
신세계그룹은 2일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영업본부장과 영업담당도 함께 경질했다.

이번 인사는 정용진 그룹 회장 승진 이후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첫 쇄신 인사로 더 주목받는다. 신세계건설은 그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으로 우발 채무 위험이 있는 건설사로 분류되며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1878억원에 달했다. 대구에 건설한 빌리브 헤리티지, 빌리브 라디체, 빌리브 루센트 등에서 대거 미분양과 미수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부채비율도 전년 265%에서 950%로 상승하기도 했다. 이는 모기업인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그룹 재무통인 허 부사장을 신임 건설 대표로 내정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게 신세계그룹의 설명이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 회사채 발행, 레저부문 양수도 등을 통해 상반기 도래하는 예정 자금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재무 건전성 강화에 힘써왔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사진=DL이앤씨)
지난달 29일에는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사임했다. 지난달 21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안건이 통과된지 일주여일 만이다. 마 대표는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 대표 뿐만 아니라 주택 부문과 토목 부문 등 임원 10여 명도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DL이앤씨의 지난해 영업익은 330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매출은 7조9900억원으로 2021년 7조6000억원 대비 3000억 이상 늘었으나, 2021년 9572억원에 달했던 영업익은 2년새 급감했다.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내실을 다지기 위한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마 대표가 건설경기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세대교체를 단행하기 위해서 인적쇄신과 함께 용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포스코이앤씨도 포스코그룹 사장단 인사에 따라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장과 대표를 지낸 전중선 사장으로 교체됐다. 전 사장은 경영전략과 관리에 능한 ‘재무통’으로 불린다. 그간 공격적으로 수주 확대를 이어왔던 포스코이앤씨가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끼어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라며 “업황 부진 뿐만 아니라 부동산 PF 관리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면서 건설사들이 CEO교체나 대규모 조직 개편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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