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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장애로 인정해 달라” 국내 첫 소송 시작

홍수현 기자I 2024.04.17 17:13:17

대구 남구청, HIV 감염인 장애인 등록 신청 반려 처분
HIV 감염 장애 인정 기준 규정 없어 장애 진단서 발급 불가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장애로 인정해달라는 국내 첫 소송이 시작됐다.

HIV에 감염된 이후 면역이 떨어지면서 폐결핵,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기는데, 이를 에이즈(AIDS)로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고 본다.

HIV 감염인 장애 등록 촉구 기자회견 (사진=레드리본인권연대 제공)
대구지법 행정1단독 배관진 판사는 17일 HIV 감염인 A(72)씨가 대구 남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 등록 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 첫 심리를 열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0월 대구시 남구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장애인 등록 신청을 했지만, 장애진단심사용 진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부됐다. 지난 16일 HIV 감염으로 인한 우울증·말초신경염·골다공증·당뇨 등 7가지 합병증 증세를 담은 의사 소견서를 들고 다시 센터를 찾았지만, 접수도 할 수 없었다.

현재 HIV 감염인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규정된 장애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증도 등을 개별 심의해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예외적 장애 인정 심사 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의 시행규칙에도 HIV 감염인은 없다.

A씨는 “HIV 진단 이후 삶이 파탄났다”며 “15년 전 요리사로 일하면서 월급 250만 원을 벌었지만, HIV 진단 후 월 소득이 기초생활수급비를 초과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인으로 등록되면 국가 정책의 대상이 돼 공공요금 감면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장애수당, 일자리 등 복지서비스를 통해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레드리본인권연대는 “HIV 감염으로 인한 면역장애는 주로 면역력 저하 혹은 결핍이라는 내분비계의 변이에 따른 내부기관 장애의 일종”이라며 “홍콩, 영국, 일본 등은 HIV 감염인을 제도적으로 장애인으로 간주하고 미국, 호주, 캐나다, 독일 등은 법 해석 과정에서 HIV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IV 감염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장애인 등록 신청이 거부돼서는 안된다”며 “비장애인보다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지 등을 검토해 심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IV 장애 인정을 위한 전국연대(이하 HIV전국연대)도 대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체적, 사회적, 법적 관점에서 HIV 감염인의 장애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 따라 HIV 감염인이 자신의 성적 파트너에게 감염 사실을 고지해야 하는 현 상황은 감염인의 사적, 성적 관계 형성에 장애를 유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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