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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제품 70%에 쓰이는 '오픈소스'…'걸음마' 수준 생태계, 활성화 방안은

김가은 기자I 2023.06.26 17:05:07

오픈소스 SW, 산업 전반으로 확산
삼성, 카카오 등 국가적 지원책 필요성 강조
정부, 인재양성 및 지원사업 강화 약속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픈소스 SW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양정숙 의원, 맹성규 의원, 김수흥 의원, 정일영 의원, 이민석 국민대학교 교수(사진=김가은 기자)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국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국가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제품과 서비스들 대부분이 오픈소스 SW로 구성됐음에도 국내 생태계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해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박수홍 삼성전자 오픈소스 그룹장은 “삼성전자에 들어가는 제품을 구동하려면 SW를 넣어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보니 전 제품에 들어가는 SW 중 70% 이상이 오픈소스”라고 강조했다.

오픈소스 SW 생태계가 중요한 이유

오픈소스 SW는 저작권자가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저작권자가 제시한 라이선스에 따라 복제·수정·재배포가 가능한 개념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DT)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기업이 서비스를 개발하고 출시하기 위한 필수적 도구로 자리 잡았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앱)과 서비스에 사용되는 SW를 처음부터 개발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관 및 기업들은 공개돼있는 소스코드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오픈소스SW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94%가 오픈소스 SW를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오픈소스 SW 활용률은 절반을 훌쩍 넘는 61.5%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 내 17개산업분야, 2400개 이상 상용 SW를 분석한 결과 97%가 오픈소스 SW로 돼 있다는 조사도 발표되고 있다.

오픈소스 SW의 핵심은 ‘기여’다. 공개된 코드를 검증하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고도화·활성화돼야만 생태계 전반이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오픈소스 SW 생태계는 글로벌 시장에 비해 활성화돼 있지 않다.

현재 글로벌 100대 오픈소스 SW 기여 기업 중 ‘한국’ 타이틀을 단 기업은 삼성과 LG뿐이다. 국내 생태계 형성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곳도 와탭랩스, 큐브리드 등 일부 중소기업이 전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NIPA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 없이 단순히 활용만 하는 비율은 47.1%로 집계됐다. 쉽게 말해 외부 오픈소스 SW를 서비스와 제품, 앱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음에도 생태계에 기여하는 기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는 글로벌 오픈소스 SW 커뮤니티 내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박 그룹장은 “오픈소스 SW는 굉장히 상업적이고 이기적”이라며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SW 품질을 검사하고 통과시켜주는데, 처음에는 잘 받아줬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사 오픈소스 SW를 커뮤니티에 잘 반영시켜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커뮤니티에 오픈소스 SW를 등록할 적정 시기를 놓쳐 개선시킬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의미다. 마치 재고처럼 기업 내부에 SW를 두고 끊임없이 관리하게 돼 비용적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법제도 개선·인력 양성 등 국가적 지원 필요

(왼쪽부터) 황은경 카카오 기술파트 파트장, 박수홍 삼성전자 오픈소스 그룹장, 곽만기 스프링클라우드 연구소장(사진=김가은 기자)
정보기술(IT)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은 오픈소스 SW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SW를 활용하거나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신규 스타트업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기존 법제도 개선부터 인력 양성까지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제시된 해결 방안은 △법적 장벽 완화 △오픈소스 SW 교육 지원을 통한 인재 육성 △R&D 지원 및 장려 정책 △스타트업 지원 및 창업 생태계 강화 등 4가지다. 법적 장벽 개선의 경우 오픈소스와 상충되는 지적 재산권 관련법을 개선하는 점이 골자다.

인재 양성 측면에서는 관련 교육을 통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픈소스 SW 생태계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라이선스나 방법론을 잘 알고 있는 개발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자금 지원, 세제 혜택 등을 활용한 연구개발(R&D) 지원이 꼽혔다. 인프라 구축, 멘토링 프로그램 등 창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제시됐다.

곽만기 스프링클라우드 연구소장은 “자동차 자율주행 SW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으로써, 오픈소스 SW가 없었다면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오픈소스 SW를 잘 쓰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기업이 단독으로 끌고 갈 수 없는 만큼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그룹장은 “MS, 구글, 애플 등이 주도하는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자사 SW를 받아주지 않은 이후 오픈소스 그룹을 만들고 관련 인재들을 육성하기 시작했다”며 “오픈소스 SW는 기술 싸움이고, 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역설했다.

황은경 카카오 오픈소스 기술파트 파트장은 “글로벌 오픈소스 SW는 지난 2020년 1조5000건이 다운로드됐고, 2년 만에 3.1조건까지 배 이상 성장했다”며 “그 정도로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오픈소스 SW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두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산업과장은 “지난해 안전한 오픈소스 SW 활용과 확산을 위해 중소SW기업을 대상으로 라이선스 검증·교육·컨설팅 등을 300여건 지원했다”며 “오픈소스가 전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중견·대기업과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뿐만 아니라 수출 기업 위주로 개편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장병·대학생·재직자를 대상으로 진행해온 온라인 집체 교육을 넘어 오픈소스 개발 방식 습득에 적합한 멘토-멘티 매칭 프로그램을 강화, 단계별 교육을 지원하겠다”며 “또 자율주행·지능형 로봇 등 신산업 분야 오픈소스 SW 기반 사업화 지원으로 내년부터 20억원 예산을 들여 시범사업 4건을 실행,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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