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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팔면 수수료만 60원 넘는다"…TV홈쇼핑, '방송중단' 배수진

김미영 기자I 2023.08.28 16:31:42

CJ·현대·롯데, LG헬로비전 등에 “방송 송출 중단” 통지
이르면 10월부터 홈쇼핑방송 ‘블랙아웃’ 사태 우려
“100원 팔면 60원 넘게 수수료…내려달라”
대가검증협의체 역할하나…“협의체 가기 전 합의 원해”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가파르게 오르는 송출수수료 부담에 TV홈쇼핑사들이 ‘방송 중단’이란 배수진을 쳤다. 수수료를 내려주지 않으면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유료방송사업자들에 잇달아 통보하면서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10월부터 수도권은 물론 전국 곳곳의 유료방송 시청자들이 TV홈쇼핑을 시청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우려된다.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간 갈등 해결을 돕는 정부 기구인 ‘대가검증협의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0만 넘는 가구, 홈쇼핑 방송 끊기나

CJ온스타일 방송 촬영 모습(사진=CJ ENM 제공)
CJ(001040)ENM 커머스(CJ온스타일)는 28일 LG헬로비전에 재계약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TV홈쇼핑 사업 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도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비율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결정”이라며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명시한 기본 협의기간이 종료돼 계약 종료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CJ온스타일은 송출수수료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빠르면 10월부터 LG헬로비전의 방송 송출을 끊겠단 태세다.

현대홈쇼핑도 전날 송출수수료 협상 중단을 알리는 내용의 공문을 LG헬로비전에 보냈다.

송출 중단이 현실화하면 서울 일부 지역(양천구·은평구)과 경기 일부(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 충남, 경북 등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들 지역의 LG헬로비전 가입자는 368만가구에 달한다.

이에 앞서 롯데홈쇼핑이 역시 송출수수료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에 오는 10월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GS리테일(007070)의 홈쇼핑 GS샵 측도 “유료방송사업자들과 송출수수료 협상을 진행 중으로, 타사의 협상 결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수수료 인하 협상, 회피만…합의 원해”

올해 특히 TV홈쇼핑사들이 방송 중단 카드를 언급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송출수수료가 감당 못할 수준에 달했다는 인식에서다.

송출수수료란 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돈으로 쉽게 말해 채널 자릿세다. 홈쇼핑업계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위축에 TV 시청인구 급감, 이커머스 성장 등의 여파로 실적은 떨어지는데 송출수수료 부담은 높아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홈쇼핑 상위 4개사(현대·GS·CJ·롯데)의 영업이익 총합은 560억원으로 1년 전(1065억원)의 반토막(47%)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액은 1조2238억원에서 1조1278억원으로 7%가량 줄었다. 반면 홈쇼핑사들의 송출수수료는 2019년 1조8394억원에서 2022년 2조4101억원으로 최근 3년새 31% 늘었다. 같은 기간 방송사업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도 49.6%에서 64.9%까지 치솟았다. 100원을 팔면 60원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내는 셈이다.

이에 홈쇼핑사들은 유료방송사업자에 송출수수료 조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관철하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협상을 하자고 공문을 보내고 연락을 해도 회피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라”며 “수수료 산정기준, 근거자료 공개도 거부해 협상이 결렬되고 송출 중단 통지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다만 TV홈쇼핑 방송은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는 물론 홈쇼핑협력사와 시청자 등의 이해관계가 물려 있어 홈쇼핑 회사도 방송 중단이라는 ‘파국’만은 피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른 대가검증협의체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대가검증협의체는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송출수수료 합의가 되지 않거나 사업자 한쪽이 협의 종료 의사를 밝히면 계약과 관련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가동한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 이후 대가검증협의체가 한 차례도 가동하지 않아 이번에도 협의체를 가동할지는 의문”이라며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업계가 대가검증협의체를 통해 수수료 갈등을 해소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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