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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슬린 교수 “구글의 유투버 동원 여론조작 처음 아냐…현혹되지말라”

정다슬 기자I 2022.10.20 15:59:57

기업이 사람들을 부추겨 회사의 이익을 얻는 초국가적 행동주의
빅테크 기업, 기업 가치 증가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페이스북 인도 진출도 구글이 막아…"정치행동주의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구글이 온라인 광고와 유튜브 채널을 동원해 망 이용대가 협상을 의무화하는 법안(가칭 ‘망 무임승차방지법’)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이 여론 조작이며 이같은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포브스지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통신 전문가인 로슬린 레이튼(사진) 덴마크 올보르 대학교 교수는 20일 방송회관에서 열린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 공동 세미나에서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초국가적 행동주의’라는 전략의 일부”라고 말했다.

초국가적 행동주의란 정치를 재편하고 한 국가의 규범이나 관습을 글로벌 기준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개인, 기업 및 비영리단체의 움직임이다. 최근에는 클릭 한 번으로 온라인 상에서도 손쉽게 행동주의에 동참할 수 있다. 로슬린 교수는 “흥미로운 것은 기업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 지지행위와 정치행동주의가 결합했다는 사실”이라며 “한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람들을 부추겨 특정한 의견을 주장하도록 만들어 궁극적으로 회사가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로슬린 교수는 특히 포드 재단이나 조지 소로스가 설립된 오픈 소사이어티 파운데이션 등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의 주식으로 구성된 기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재단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기업 가치 증가를 위해 온라인 상에서의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또 한국의 오픈넷과 같은 비영리 단체에 기금을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말했다.

인도에서 벌어진 프리 베이시스 반대 운동 (사진= Manjunath Kiran/AFP/Getty)
로슬린 교수는 여론몰이를 통해 구글이 이익을 얻은 대표적 사례로 페이스북의 ‘프리 베이시스’(Free Basis) 인도시장 진출 좌절을 꼽았다. 프리 베이시스는 인터넷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저개발 국가에 저비용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페이스북의 서비스 계획이다. 그러나 인도통신규제위원회(TRAI)은 프리 베이시스 서비스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위배했다며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인도 지식인 사이에서도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선별적 서비스를 통해 얻은 정보는 편향된 관점을 형성케 해 문화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로슬린 교수는 이같은 인도의 반(反) 프리 베이시스 운동에는 14억 인구라는 거대한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구글의 여론 몰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인도의 엘리티 집단을 활용,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며 “현재도 인도 광고시장의 구글의 독점적 지위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슬린 교수는 “이러한 정치 활동은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이는 진정한 ‘풀뿌리 운동’이 아니라 하향식 움직임이며 여론조작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같은 똑똑한 소수들을 조직해 여론을 만드는 것은 결국 각기 다른 이해를 가진 분산된 다수를 규합하는 것보다 더욱 쉬우며 이는 결국 빈자, 인터넷·디지털 플랫폼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로슬린 교수는 망 무임승차법 반대 여론에 대해서도 이같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이머·유튜버 등 일부 집단들의 의견을 여론으로 받아들여 책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 입안자가 이러한 행동주의의 출발지가 어딘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는 집단이나 개인에 비춰 보면서 정치 행동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슬린 교수는 “시장 내에 있는 행위자 모두가 윈윈하는 것이 결국 핵심”이라며 “구글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의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도 남을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가 구글이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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