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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 많아지나…단통법 시행령 개정 시도에 '이용자 차별' 비판도

김현아 기자I 2024.02.21 15:45:32

법상 번호이동과 신규가입 지원금 차별 못해
시행령 개정 통해 예외조항 추진
번호이동에 지원금 더주기 가능해져
야당, 이용자 차별 확대..위임 입법 일탈
입법조사처, 신중한 접근 당부
고시 연구반 가동될듯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014년 10월 4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뒤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던 이동통신 번호이동이 정부 정책 변화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는 2014년 10월 단통법 도입 이후 급감했다. 2012년 1255만 6842건에 달했던 것이 지원금 공시제와 정부의 불법 보조금 단속으로 2022년 452만 9524건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런데 정부가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규가입보다 번호이동에 단말기 지원금을 더 주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10년 만에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야당은 이로 인해 이용자 차별이 심화될 것이라며 시행령 정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방통위, 시행령으로 보조금 경쟁 촉진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전체 회의를 열고 단통법 시행령에 ‘부당한 차별이 아닌 지원금 지급 기준’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행 단통법에 따르면 △가입유형(번호이동·신규가입·기기변경)△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 지역, 나이, 신체적 조건 등에 따라 지원금을 부당하게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어떤 것이 부당한 지는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방통위는 이 시행령에 예외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부당한 차별이 아닌 지원금 기준을 만들어 통신사들이 지원금을 더 쓰게 하겠다는 취지다. 시행령(3조)에 ‘이동통신 사업자의 기대 수익 및 이용자의 전환 비용 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가입 요령에 따른 지급 기준에 따라 이동통신 사업자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된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단통법 폐지는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폐지 이전에도 사업자 간의 마케팅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업자 간의 자율적인 보조금 경쟁을 활성화하여 국민들의 단말기 구입 비용이 실질적으로 절감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당, 이용자 차별 확대 우려

야당은 시행령 개정으로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것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이용자 차별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이는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보다 번호이동에 더 많은 지원금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으로, 고가 단말기에 고가요금제의 번호이동을 유도하여 이용자 부담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는 모법인 단통법 제3조 제1항 제1호에 정면으로 배치되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으로 위법적인 시행령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고시가 핵심…연구반 만들 것

이에 따라 이통사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하면서도 이용자 차별을 최소화하려면 단통법 시행령보다는 고시를 신중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시 개정안에서 ‘이통사의 기대수익 및 이용자의 전환비용’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 것인지, 그 결과에 따라 가입유형에 따른 지급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이 핵심이다. 고시 내용에 따라 이통3사 간의 번호이동 전쟁이 얼마나 치열해질지, 저가 요금제 가입 시 받을 수 있는 단말기 지원금이 현재보다 감소할지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단통법 폐지 이전에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와 소비자 차별 및 피해 가능성을 심도 있게 분석한 후, 단통법 폐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해 입법 방향을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학계, 연구계, 통신업계, 제조사, 유통업계 등이 참여하는 연구반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언급하며, 방통위 관계자는 “연구반은 이미 구성했고, 속도감 있게 시행령 개정과 고시 제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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