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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종교단체에 역주행 행진 허가해줘 구설수

연합뉴스 기자I 2013.12.02 15:28:28

5천명 인파 경찰 통제에 따라 800m 역주행해 거리 행진

(광주=연합뉴스) 경찰이 모 종교단체의 거리행진 집회신고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도로를 역주행하도록 스스로 제안해 입방아에 올랐다.

해당 종교단체 소속 행진 참가자 5천여명은 경찰의 제안에 따라 위험천만하게 차도를 800여m 역주행해 행진했다.

지난 1일 오후 3시께 5천여명의 인파가 광주 서구 화정동 염주체육관을 빠져나왔다.

인파는 곧장 1개 차도에서 열을 지어 염주체육관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금호지구 방향 도로를 800m를 행진했다.

문제는 이들이 경찰의 통제에 따라 행진한 방향이 차량의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주변 교통을 통제하긴 했지만 자칫하다가는 지나던 차량이 행진하는 인파를 덮칠 수 있는 사고가 우려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해당 종교단체는 경찰에게 염주체육관에서 종교행사를 벌인 후 염주체육관 인근 도로 800여m를 행진하겠다고 광주 서부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냈다.

서부 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종교단체 측은 1만명의 인파가 행진하는 코스를 횡단보도가 없이 육교가 있는 차도를 가로 질러 건너편 차로로 건너 행진하겠다고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수많은 인파가 무단횡단으로 차로를 가로질러 행진하는 것보다 바로 좌회전해 역주행해 행진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 종교단체 측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나서서 역주행을 제안해 실제로 차로 역주행 행진이 이뤄진 것이다.

경찰은 수많은 인파가 두 번 왕복 7차선을 가로질러 길을 건너는 것보다 짧을 구간을 역주행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월드컵 경기장 옆 넓은 인도를 통해 행진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는데 경찰이 종교단체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한 진보단체 관계자는 “경찰이 평소 차량정체 유발, 교통사고 위험 등으로 까다롭게 집회·행진 허가를 내주는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관대했던 것 같다”며 “이번 경우와 같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경찰의 노력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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